딜러들 "엔화약세, 이전부터 예견됐던 이슈"
[뉴스핌=김연순 박기범 기자] "엔화 약세가 작년부터 시작한 것은 아니다. 미국발 금융위기·유로존 위기로 인해 안전자산이 부각되며 달러/엔 환율이 눌려있다가 유로존 위기가 소강상태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을 뿐이다. 엔화 약세는 그전부터 공유하고 있던 전망이다." (국내 A은행 외환트레이더)
"엔저 약세 기조는 지속될 것이고 쉽게 꺾일 만한 상황이 아니다."(외국계B은행 트레이더)
현장에서 직접 외환거래를 하는 국내외 은행 트레이더들이 최근 급속한 엔저현상을 놓고 내린 결론이다. 엔화 약세는 이미 외환시장 내에서 예견됐던 이슈였고 앞으로 엔저 장기화가 시장의 주요 관심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엔화값이 연일 약세를 보이며 달러당 엔화 환율이 100엔에 육박한 가운데 지난 23일 오후 서울 명동 외한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분주히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김학선 기자> |
최근 달러/엔 환율이 100엔을 저항선으로 횡보하고 있지만 시장에선 차익실현과 숨고르기가 어느 정도 일단락되면 100엔 돌파는 시간 문제라는 시각이 높다.
국내 C은행의 한 딜러는 "선진국들의 경제지표가 나쁘게 나오다보니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져 달러/엔이 강세를 보이며 선방했을 뿐"이라며 "결국 숨고르기 이후 머지않아 100엔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사실상 100엔 돌파는 큰 의미가 없어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장의 분위기다. 상징적인 저항선으로서 의미를 가질 뿐 100엔 돌파 이후 100엔대 환율이 어느 정도 기간 지속될 것인가가 더 큰 문제다.
엔화 약세기조가 일본기업과 경쟁하는 국내 수출기업에게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 실적을 발표한 현대자동차가 이 같은 흐름을 잘 보여준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10% 이상 줄었다고 발표했다. 현대차 실적에서 보듯 엔저가 장기화될 경우 수출 산업 비중이 높은 한국경제의 기반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당국과 한국은행도 이 같은 우려를 연일 쏟아내며 경고음을 내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근 "선진국의 양적완화가 가져오게 될 후폭풍에 대한 선제적인 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선제적인 대응을 거듭 강조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또한 이날 금융협의회에서 "엔저와 관련해서는 현재보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라고 재차 지적했다.
김 총재는 "엄청난 유동성이 흘러나오는 바람에 어떤 방향으로 갈 지에 대해 매우 조심을 하고 있었다"며 "최근 엔저가 더해져서 우리 전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와 있는 것보다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밝혔다.
외환시장 딜러들 사이에선 국내·외국계은행 할 것 없이 엔저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달러/엔을 직접 거래하는 D은행 이종통화 딜러는 "시장에선 대부분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현재 99엔 중반에서 팔고 있지만 조정받고 팔거 다 팔면 추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관측했다.
B외국계은행 딜러는 "연초부터 엔화 약세 이슈가 이어지고 있는데, 달러/엔 고공행진은 지속될 것이고 쉽게 꺾일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최근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이 달러/엔 환율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나서면서 평균 전망치는 달러당 100엔을 넘어섰다.
바클레이즈, 크레디트스위스, JP모건 등 14개 IB들이 전망한 6개월 달러/엔 환율은 평균 달러당 100.58엔에 달했다. 1주일 전 평균 전망치는 달러당 98.08엔이었다. 9개월 전망은 달러당 100.78엔, 12개월은 달러당 103.25엔으로 엔화 가치가 계속 떨어질 것으로 IB들은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박기범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