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년간 고속성장을 지속해 온 한국차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미국ㆍ일본차의 재기, 환율환경 악화, 중국의 성장 등이 한국차를 대표하는 현대기아차를 가로막고 있다.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차의 현실과 당면과제를 짚어본다.<편집자주>
저속주행에서 엔진 멈춤 현상이 지적된 한국지엠 알페온.(사진 = 한국지엠 제공) |
정 회장이 공을 들인 만큼 현대기아차의 품질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는 데에는 이견을 찾기 어렵다.
최근 미국시장 누적판매 800만대를 돌파한 현대차는 1980년대 ‘엑셀’을 들고 미국시장에 처음 발을 들여놓을 당시 ‘장점을 싼 가격 뿐”이라는 오명을 들어야 했다. 잦은 고장과 부실한 서비스가 현대차에 값만 싸고, 질은 낮은 자동차 브랜드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하지만, 정몽구 회장이 총수자리에 오른 1999년 이후 품질 향상에 매달린 결과 평가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주요 미국 언론들이 ‘사람이 개를 물었다’거나 ‘지구는 평평하다’는 반응으로 현대차의 품질을 평가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 관계자는 “10년 전과 현재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현대기아차의 품질이 좋아졌다”며 “특히, 아반떼 등 일부 모델은 해외 유명 브랜드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과거와는 확실히 달라진 현대기아차. 그렇지만, 최근 각종 기관이 내놓은 품질평가는 현대기아차가 갈 길이 아직 멀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미국 시장평가기관이 JD파워가 지난달 발표한 ‘2013 내구품질조사’에서 현대차는 141점을 받아 지난해 10위에서 22위로 떨어졌다.
쏘나타가 토요타 캠리를 처음으로 제치고 중형차 부문 1위에 올랐지만, 전체 순위가 추락하며 빛이 바랬다. 새로 평가 대상이 된 제네시스 쿠페가 공조 시스템 및 휴대폰 연결 상태 등 몇몇 감성품질의 문제로 전체 점수를 갉아 먹었다.
기아차도 140점을 받아 25위에서 21위로 올라섰지만, 상위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반면, 현대차의 강력한 경쟁자인 토요타는 7개 차종이 부문별 1위에 오르고, 32개 전체 브랜드 평가에서도 가장 높을 점수를 받아 대조를 보였다.
JD파워의 내구품질조사는 시판 3년이 지난 차량 100대를 무작위로 뽑아 엔진과 변속기, 조향장치 등 200여 항목을 점검해 불만건수를 지표화한 것이다. 점수가 낮을 수록 내구 품질이 높다는 뜻으로, 차량 품질을 평가하는 하나의 척도로 일반화돼 있다.
현대기아차는 일반 브랜드 기준으로 기아차가 13위, 현대차가 14위를 기록했다고 자위했지만, 전문가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지난달 컨슈머리포트가 26개 자동차 브랜드를 대상으로 한 ‘2013년 자동차 브랜드 평가’에서도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14위, 11위에 머물렀다.
그나마 현대기아차는 나은 편이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쌍용차 등 나머지 국내 완성차 업체들에 대한 품질 평가는 최악이다.
외국계 3총사인 이들 업체들은 모기업의 부실과 판매부진, 구조조정 등으로 설비와 R&D에 투자가 지연되며 고장이 잦고, 질이 낮은 자동차를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의 품질은 대중차로서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왔지만, 프리미엄 브랜드로 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며 “모기업에 휘둘리는 나머지 완성차 업체들은 답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