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권지언 기자] 유로그룹의 승인을 얻어낸 키프로스 구제금융안에 따른 손실을 은행 고액 예금자에게 집중시키며 피해를 최소화한 듯 하지만 실제로 키프로스 경제 곳곳에서 즉각적인 파급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종 합의된 구제안은 키프로스 1,2위 은행 내 10만 유로 이상 예금자에게만 손실 부담을 지워 당초 논의되던 키프로스 은행권 예금자 전원 과세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26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키프로스 위기의 진앙지는 러시아 고액 자산가들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은행권 규모가 GDP의 8배로 불어나버린 비정상적인 구조에 있지만 이번에 승인된 구제안으로 인한 즉각적인 타격은 경제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날로 11일째 이어지고 있는 은행 영업 중단 사태로 현금조달 창구가 막힌 기업들의 피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청산이 결정된 라이키은행과 키프로스은행 모두와 거래하는 한 사업가는 “악몽 같은 상황”이라면서 “기업들이 (예금잔고 이상의 수표 발행을 할 수 있는) 당좌대월 약정을 이용할 수 없으면 물류 관리가 상당히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구제금융 승인 소식과 동시에 해고 결정 역시 잇따랐다.
구제금융과 관련해 직접 타깃이 된 라이키 은행은 물론 이곳 은행과 관련된 업무를 진행하던 사람들 역시 하룻밤 사이 실업자 신세가 됐다.
라이키 은행 보험부문 사무실 인테리어 작업을 진행하던 업체 역시 직원 25명 중 6명을 남기고 나머에 모두 해고를 통보했다.
해당 작업에 투입됐던 인테리어 디자이너 엘레나 안토니오는 “구제금융의 핵심은 키프로스 은행부문을 축소하자는 것이지만 키프로스 경제 전반이 파괴되고 있다”면서 “정말 두려운 것은 아무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는 혼란 상황”이라고 말했다.
키프로스 기업들이 당장 직원 급여 제공과 같은 단기적인 문제들을 걱정하고 있긴 하지만 키프로스의 유로존 탈퇴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점차 거세지는 분위기다.
FT는 키프로스 기업들이 유로존 내에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야 하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구제금융 조건으로 엄격한 긴축을 요구하고 있는 독일이나 네덜란드와 같은 유로존 내 북유럽 국가들과의 공존이 과연 가능할지 회의적인 입장이라고 전했다.
키프로서 신문 폴리티스 소유주인 이아니스 파파도폴로스는 “키프로스가 유로존에 속하는 바람에 통화 자체 발행과 평가 절하를 통한 경제상황 개선 도모가 어려워졌다”며 한탄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