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키프로스의 구제금융 타결을 호재로 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축포는 반나절짜리 랠리로 끝났다.
이번 협상은 은행권을 중심으로 불확실성괄 잠재 리스크를 확대했을 뿐 아니라 유로존 부채위기의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는 지적이다.
투자자들 사이에 잠재 리스크에 대한 경고가 번지는 한편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유로존 부채위기가 본격화된 이후 은행권은 벼랑 끝 위기를 모면하는 데 상당 부분 힘을 보탰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저리 대출에 기댄 측면이 크지만 주변국의 국채를 매입해 자금줄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키프로스의 구제금융으로 인해 상황이 급변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키프로스의 예금자 및 선순위 채권자에게 손실 부담을 강요하는 이번 대책으로 인해 은행권에 소방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헤이스팅스는 26일(현지시간) “독일이 선거를 앞두고 주변국 부채위기에 대한 부담을 자국 은행이나 납세자들에게 강요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와 때를 같이 한 키프로스의 구제금융 방안은 주변국을 중심으로 은행권 채권자와 예금자에게 잠재 리스크를 크게 높인 셈”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유럽 은행권의 선순위 채권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특히 후순위 채권 대비 상대적인 리스크가 6개월래 최고치로 상승했다.
유럽 지역 25개 은행 및 보험사의 선순위 및 후순위 채권 신용부도스왑(CDS)를 추종하는 마르키트 아이트랙스 파이낸셜 인덱스는 각각 10일과 12일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특히 선순위 채권 CDS 프리미엄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움직임이다.
이에 따라 후순위 채권의 리스크 프리미엄은 선순위 채권의 1.6배를 기록, 지난달 1.75배와 2004년 이후 평균치인 1.7배를 밑돌고 있다. 시장 전문가는 프리미엄이 1.5배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날 선순위 채권 CDS 프리미엄은 189bp를 기록해 지난 8일 139bp에서 큰 폭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후순위채의 CDS 프리미엄은 236bp에서 36bp로 올랐다.
유로존 정책자들이 키프로스의 구제금융 방안에 선순위 채권자들의 손실 부담을 명시한 데 따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씨티그룹의 매트 킹 신용 전략가는 “은행권 선순위 채권자의 손실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을 뿐 아니라 채권이 전량 출자전환되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후순위채의 CDS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투자자들 사이에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