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의 꿈, 서른아홉의 비행(조은정 지음, 행성B:잎새 출판)

슬퍼서가 아니라 이 당찬 아가씨의 삶과 도전이 너무나 대견하고, 때론 감동스러워서다. ‘이거 다 믿어도 되나? 좀 뻥 친 거 아냐?’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저자 조은영 기장은 실제로 초등학교 저학년 때 엄마를 잃었다. 그것이 오히려 독립심을 키워 당차게 인생을 헤쳐나가는 ‘똑순이’의 계기가 되었던 모양이다. 저자 말대로 빈약한 과거는 더 큰 성취를 주는 기회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그런 것은 아니다.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그런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도우므로.
'엄마 없이도' 서울에 있는 대학교 산업디자인과에 입학했다. 그녀의 무기는 영어와 데생. 영어는 고등학교 1학년, 88올림픽 때 육상경기장에서 만난 '멋진 미국 남성'에게 무조건 말을 건 후 시작한 펜팔이 계기였다. 일주일에 3통씩 주고 받던 그의 편지를 읽기 위해 영어 사전을 부지런히 뒤지다 보니 그렇게 됐다. 스스로 공부하는 자기주도학습의 전형이다.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싹수가 다른 것이다.
대학 졸업 후 일본계 카드회사를 다니다 호텔에서 일하고 싶었던 그녀는 무작정 서울 시내 호텔에 이력서를 보낸다. 물론 짜여진 각본처럼 ‘'진절머리 나게' 이력서를 썼지만 아무 답도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호텔을 위해 영어를 보강하며 7전 8기, 1년 후 영어와 일어가 동시에 되는 사람을 뽑는 힐튼 호텔의 기회를 나꿔 챘다.
2001년 그녀 나이 스물 아홉, 운명의 3월 어느 날, 호텔에서 체크인을 하던 그녀는 당시 나이 50세 정도된 벽안의 여성 기장 ‘제니스 스칼라’를 보면서 파일럿에 필이 꽂혀버렸다. 여성은 캡틴(기장)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편견’이 산산조각 나면서 가슴이 탁 트였던 날이다.
그녀는 캡틴이 되고자 일부러 미국 대사관 입사에 도전한다. 오산 미 공군 부대에 에어로 클럽에서 비행훈련을 하기 위해서다. (복잡하지만 하여튼 뭐 그런 제도가 있는가 보다.) 그리고 삼수 끝에 대사관에 들어간다. 그리고 딱 10년 후인 2011년, 나이 서른 아홉에 파일럿의 꿈을 이루었고, 지금은 중국에서 마침내 여성 기장이 되어 이륙 최대 중량 77톤의 에어버스320 비행기를 가볍게 띄우는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리고 모든 이 땅의 사람들이여, 이룬 꿈도 이룰 꿈도 건강이 없으면 만사 무효다. 그리고 항상 초심을 잃지 말자.
이것들이 불혹의 여성 파일럿, 빨간 마후라의 ‘비행 아가씨’ 조은정이 우리에게 던지는 당찬 메시지다. 그야말로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에 딱 들어맞는다. 비행도 방향이 중요하다. 다만, 비행할 때만큼은 승객을 위해 속도도 좀 생각하길 바란다.
최보기 북컬럼니스트(thebex@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