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세계 최대 태양광 모듈 업체로 꼽히던 선텍(Sunteck)이 최근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면서 국내 태양광 업계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폴리실리콘 업체인 OCI는 최대 매출 업체와의 공급계약이 취소되게 생긴 반면 한화케미칼은 경쟁사의 몰락에 쾌재를 부르는 형국이다.
20일 태양광업계에 따르면 OCI와 한화케미칼은 이번 선텍의 몰락에 따른 사업적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게 될 전망이다.
선텍은 지난 15일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중국기업으로는 최초로 디폴트를 선언했다. 선텍은 세계 최대 태양광패널 제조업체로서 부상했지만 태양광 공급과잉, 수익악화 등으로 결국 만기가 도래한 5억4100만 달러 상당의 전환사채를 갚지 못했다.
향후 선텍이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될지, 파산절차를 밟게 될지는 아직 확정된 바 없지만 적어도 글로벌 태양광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대표 폴리실리콘 제조사인 OCI는 선텍의 몰락이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선텍은 OCI의 가장 큰 고객사 중 하나다. OCI는 선텍과 지난 2011년부터 2018년까지 4793억6400만원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매출 대비 19.89%의 규모다.
특히 이 계약은 선텍의 디폴트 선언으로 인해 3년만에 파기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OCI는 이미 지난해 말에도 5258억원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급계약을 해지당한 바 있다. 당시에도 공급업체의 경영악화 및 회생절차 돌입이 계약해지 사유였다.
이에 앞서 OCI는 지난해 3분기부터 폴리실리콘 부문이 적자전환 한 바 있다.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최근 폴리실리콘 가격이 반등했지만 OCI는 선텍의 디폴트에 따른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단기적인 타격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한화케미칼은 이번 선텍의 디폴트가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화케미칼은 자회사 한화솔라원, 큐셀 등을 통해 태양광 사업 전반의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지만 현재까지 폴리실리콘 공장만은 완공되지 않았다. 한화케미칼의 폴리실리콘 제품은 내년에나 선보일 예정이다.
때문에 오히려 선텍의 몰락은 강력한 경쟁자의 탈락을 의미한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선텍과 경쟁하던 업체들이 더 많은 기회를 가지게 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특히 올해는 유럽시장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일본 시장에서 태양광 수요가 전년 대비 두 배 넘게 성장하고 있어 공급과잉이 해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4분기 가동률이 55%에 불과했던 태양광모듈 공장을 현재 80%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아울러 오는 4월에는 공장가동률 100%를 목표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 선텍의 디폴트 선언은 태양광 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 된 것으로 공급과잉의 해소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결국 태양광 업계에서도 선텍과 협력 관계였는지, 경쟁 관계였는지에 희비가 엇갈린 셈이다.
다만, 선텍의 몰락에 따른 태양광 업계의 구조조정이 장기적으로 태양광 시장의 공급과잉 해소로 이어지리라는 관측은 유효하다.
업계 관계자는 “선텍의 디폴트 선언에 따라 OCI 등 폴리실리콘 공급업체의 단기적 충격은 불가피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태양광 수요 상승과 주요 업체의 구조조정으로 긍정적인 측면이 더 클 것”이라며 “아직 중국, EU 등의 무역분쟁은 리스크 요인이지만 개선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