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창균 강필성 기자] 국내 대기업들이 사외이사로 사정기관 고위 출신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대기업 주주총회에 새롭게 등장한 사외이사 후보들 중에는 국내 대표적인 사정기관인 검찰과 공정위, 국세청 등의 고위직 관료들이 대거 포함됐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앞다퉈 사정기관의 고위공직자 출신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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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송광수 전 검찰총장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후보로 확정했다. 사법고시 13회 출신인 송 전 총장은 서울지방검찰청 부장검사와 법무부 법무실 실장을 거친 뒤 33대 검찰총장을 지냈다.
송 전 총장은 재직 기간에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의혹수사와 대선 비자금 수사의 최고 책임자 위치에 있었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송 전 총장의 삼성전자 사외이사행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삼성전기도 해양경찰청장 출신의 이승재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사법고시 24회 출신인 이 전 청장은 서울 서초경찰서 서장과 제7대 해양경찰청 청장(치안총감)을 역임했다.
최근 호텔신라는 정진호 전 법무부 차관을 사외이사로 영입키로 했다.
호텔신라는 다음달 15일 주총에서 정진호 전 차관의 사외이사 신규 선임 안건을 올렸다. 정 전 차관은 2005년 서울북부지검 검사장, 2006년 광주고등검찰청 검사장을 거쳐 2007년 법무부 차관을 지낸 바 있다.
호텔신라의 신규 감사위원 후보로 오른 문일재 전 조달청 차장의 이력도 돋보인다. 그는 2007년 재정경제부 경제자유구역기획단 기획국장을 거쳐 2008년 기획재정부 규제개혁 TF 팀장,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비서관 등을 거쳤다.
신세계그룹 계열사 신세계도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의 손인옥 전 부위원장을 사외이사로 내세웠다. 행정고시 23회 출신인 손 전 부위원장은 공정위 소비자보호국 국장과 상임위원을 역임한 뒤 부위원장까지 지냈다.
현대제철도 정호열 전 공정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정 교수는 MB(이명박 정부)에서 15대 공정위원장을 지냈고 퇴임 뒤에는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SK그룹 계열사 SK텔레콤은 다음달 22일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오대식 전 서울지방국세청 청장을 올렸다. 그는 행시 21회로 공직에 입문해 2005년 국세청 정책홍보관리관, 2006년 국세청 조사국 국장, 2007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역임한 대표적인 국세청 관료다.
현재 SK텔레콤 외에도 CJ, 두산 등의 사외이사와 법무법인 태평양의 고문을 맡고 있다.
GS그룹은 아예 법무부 장관출신 공직자를 영입할 예정이다.
GS는 다음달 22일 주총에서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제출했다. 검찰 출신으로 대통령비서실 민정비서관실 사정비서관을 지낸 그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부장을 역임한 바 있는 대표적 수사기관의 인물이다.
아울러 GS의 신규 감사위원에 조윤제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을 후보로 올렸다. 그는 1995년 기획재정부 장관 자문관, 2000년 기획재정부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을 거쳐 2003년 청와대 경제보좌관을 역임했다. 이 후 2005년부터 2008년까지는 영국 대사관의 대사를 지냈다.
이 외에도 GS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김인규 전 KBS 사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KT 역시 사정기관 출신은 아니지만 통신산업 전반을 규제하는 방송통신위원회 고위직 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해 논란을 낳았다. KT는 언론출신인 송 전 방통위 부원장을 최근 사외이사 후보로 확정했다.
재계에서는 이같은 고위 공직자들의 영입이 일상적인 관례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보고있다.
재계 관계자는 “공직을 거치면서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과 검증받은 능력 등을 기업에서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특히 경영권 독주를 견제해야할 사외이사에는 사정기관, 수사기관만한 인재 폴이 없지않겠나”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경제개혁연대 강정민 연구원은 “회사의 경영진을 감시하고 경영을 감독해야할 사람들이 그 회사에 입장에서 서서 로비스트 역할을 하고 있다”며 “대기업의 사외이사가 도입 취지와 달리 사실상 거수기 노릇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부 사외이사는 이사회에만 참석하고 연간 수천만원씩 받는 비상근, 고소득 인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양창균 기자 (yang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