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점유율 하락에도 불구 딜러 수익성 선고려
[뉴스핌=김기락 기자] 혼다와 닛산 등 일본차 브랜드가 자동차 무상보증수리기간을 슬그머니 줄여 국내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최근 수입차 업계가 소비자 만족을 위해 무상보증수리기간을 늘리는 것을 역행하기 때문이다.
19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혼다코리아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무상보증수리기간을 기존 4년/10만km에서 3년/10만km로 줄였다. 같은 일본차 업체인 한국닛산도 지난 2011년 8월부로 혼다와 동일하게 줄였다.
이는 본사가 딜러와의 ‘파워 게임’에서 딜러에게 졌기 때문이다. 무상보증수리기간이 끝난 후부터 딜러의 AS 수익이 발생하는데 이 기간을 기존 4년에서 3년으로 앞당긴 것이다. 유럽차와 미국차 등 업계 평균 수준이다.
관련 업계는 이에 대해 혼다코리아 정우영 사장과 한국닛산 켄지 나이토 사장의 결정으로 보고 있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무상보증수리기간 변경은 수입차 시장의 저변 확대를 위한 방편으로 차량 가격의 합리화를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무상보증수리기간을 줄여 차량 판매 가격을 낮춰 더 많이 팔겠다는 속뜻이다.
-왼쪽 정우영 혼다코리아 사장, 오른쪽 켄지 나이토 한국닛산 사장 |
닛산 역시 혼다와 같은 입장이다. 한국닛산 관계자는 “닛산이 소형차부터 다양한 라인업을 더 증가시킬 계획이기 때문에 보다 적절한 기준으로 (무상보증수리기간을) 운영하게 됐다”며 “딜러들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보다 딜러의 의견을 받아들인 닛산 판매량은 어떨까? 닛산 판매량은 2010년 3524대에서 2011년 3802대, 지난해 2398대로 곤두박질 쳤다. 전년 동기 대비 36.9% 주저앉았다. 일본차 3사 중 유일하게 실적이 줄어든 것이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달 판매량은 154대로 이 추세라면 올해 2000대 미만의 실적이 예상되고 있는 실정이다.
관건은 닛산의 회복 여부인데 이 같은 실적 악화에 줄어든 무상보증수리기간, 최근에는 딜러의 과다 경쟁까지 속출해 심각하는 지적이다.
최근 닛산의 일부 딜러에서는 뉴 알티마 구매 시 엔진오일 등 소모품 지급 연수를 10년/20만km로 늘렸다. 본사가 정한 5년/10만km 규정을 자체적으로 연장했다.
본사도 이를 파악한 상태다. 한국닛산 관계자는 “일부 딜러가 과다경쟁하면서 영업사원이 소비자들에게 그렇게 안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부당하다는 소리가 나올 만하다. 같은 차를 사더라도 딜러 및 지역에 따라 사후관리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관련 업계는 지난 2010년 부임한 켄지 나이토 한국닛산 사장이 국내 수입차 시장을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차가 독일차 업체 이상으로 서비스를 해도 점유율 회복이 어려운 마당에 무상보증수리기간을 줄인 것은 소비자 보다 딜러의 수익성을 먼저 고려한 무책임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때문에 국내 시장과 소비자 정서를 무시한 채 무상보증수리기간을 줄인 나이토 사장의 판단이 실패했다는 쪽으로 무게가 실린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