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활성화 위한 관련 규정 개정중"
[뉴스핌=정경환 기자] 기업어음(CP) 시장의 일대 혁신을 기치로 야심차게 출발한 전자단기사채 시장이 한 달째 개점휴업 상태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만기 3개월 미만 발행분에 대한 증권신고서 면제, 단기금융집합투자기구(MMF) 편입 등 관련 규정이 개정돼야 정상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1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시행된 전자단기사채 제도는 첫날 한국증권금융이 100억원 규모로 발행한 1건 이외에 발행 실적이 전무하다. 장기간 준비와 요란한 출발에 비해 초라한 성적이다.
이 같은 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 시장 활성화를 뒷받침할 관련 제도의 미비가 꼽히고 있다. 발행하는 기업들의 부담을 줄이고, 수요자인 금융기관의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얘기다.
우선 전자단기사채를 인수할 수 있는 기관에 은행이 제한돼 있는 것은 문제로 지적됐다.
윤영환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 상무는 "과거 CP(기업어음)는 은행·종금이 절반, 증권이 절반을 인수했는데, 자본시장법은 증권만 전자단기사채를 인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은행·종금 대 증권이 50 대 50인 해외 사례를 봐도 이 점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은행의 CP 인수 업무는 금융위 인가 사항으로, 현재 시중 은행 중 CP 인수 인가를 받은 곳은 외환은행과 신한은행 두 곳 뿐"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만기 3개월 미만 발행분에는 기업들이 증권신고서를 내지 않도록 하고, MMF가 전자단기사채를 편입할 수 있도록 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도 시급하다.
앞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증권발행 및 공시에 관한 규정은 지난 5일 개정됐다. 이로써 전자단기사채 활성화를 위한 지원 대책이 시행되는 반면 CP 규제는 강화될 예정이다.
박종진 한국예탁결제원 단기사채팀장은 "가장 시급했던 3가지 법제 중 두 가지가 최근 통과됐다"며 "오는 4월 초 시행을 목표로 추진 중인 자본시장법 시행령까지 개정되면 본격적인 시장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점 후 한 달간 성과가 미미하지만 평가는 최소 6개월 정도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오랜 시간 지속돼 익숙해진 제도가 하루 아침에 새로운 제도로 옮겨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자증권추진단장을 맡았던 허항진 예탁결제원 조사개발부장은 "모든 것을 미리 완벽하게 준비한 뒤 시작한다기 보다는 차례대로 하나씩 해 나가는 방향으로 잡았다"며 "주변 과제가 하나씩 해결되면 그에 맞춰 시장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윤 상무는 "지금 당장 성공 여부 따지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며 "어느 한 두 문제 해결로 당장 상황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자리잡아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