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 격차로 시각 달라… 獨·佛 대립각
[뉴스핌=우동환 기자] 원화의 강세에 한국 기업들이 전전 긍긍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유럽도 유로화 강세 흐름이 수출 기업들에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국가 간 정책에 따라 환율 리스크에 대한 기업들의 내성이 서로 달라 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온도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유로화의 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그동안 침체에 빠진 내수 시장에서 벗어나려는 유럽 수출 기업들의 노력에 재를 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화의 가치는 지난 6월 이후 달러에 대해 12% 상승했으며 엔화에 대해서도 35% 올라 3년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그동안 유럽 기업들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비용을 절감하면서 위기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례로 스페인의 경우 수출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9년 22%에서 지난해 35% 수준으로 확대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하지만 유로화 가치의 상승으로 환차손이 발생하면서 기업들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탈리아 주방 용품 업체인 베네타 쿠치네 SPA는 내수 시장의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아시아 지역의 호텔과 리조트를 공략하는 동시에 비용 절감에 나섰지만 최근 경영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타 쿠치네의 데니스 아르끼우티 대표는 "비용절감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일단 내수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와 함께 노동 비용의 증가로 고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쯤 되면 유럽연합이 유로화의 절상 속도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야 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유럽 남북 간 규제와 경쟁력에 따라 유로화 절상에 따른 고통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남부 유럽 기업은 북부 유럽 기업에 비해 은행 대출에 대한 이자 비용이 많게는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여기에 남부 유럽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강력한 근로기준을 채택하고 있어 회사의 비용 절감 노력도 여의치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인건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와는 반대로 독일 기업들은 노조와 합의를 통해 업황 악화 시 임금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독일 기업은 고가 자동차와 부품을 주로 생산하고 있어 제품 가격의 인상을 통해 환차손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도이체방크의 집계에 따르면 독일 기업들은 유로화가 1.79달러 수준까지 절상되더라도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는 유로화가 1.24달러 수준을 돌파하면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탈리아는 그보다 더 낮은 1,17달러 수준이 한계로 지목되고 있다.
이런 남북 격차는 유로화의 절상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프랑수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앞서 "유로화가 시장의 분위기에 휩쓸리면 안된다"면서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 노력이 유로화의 절상으로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반면 필리프 뢰슬러 독일 부총리는 "유로존이 유로화 약세에 기대기보다는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렇듯 유로화를 바라보는 시각이 유로존 내부에서도 엇갈리고 있는 만큼, 모스크바 G20 재무장관회담에서 환율전쟁에 대한 논의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