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News

속보

더보기

[김윤경 국제칼럼]'한국형 토빈세' 논란과 개도국의 원죄

기사입력 : 2013년02월01일 10:38

최종수정 : 2013년02월01일 11:39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한국형 토빈세'가 검토되고 있다는 얘기 때문에 시장이 술렁거리고 있다. 1972년 미국의 경제학자 제임스 토빈이 제안한 토빈세는 국제 금융시장을 교란시키는 투기자본, 이른바 핫머니를 규제하기 위해 단기적인 외환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배경은 선진국들의 전례없는 돈 풀기(양적완화) 때문에 원화 가치가 급속도로 상승한 데 있다.  

기획재정부는 작년까지만 해도 "(토빈세를 도입할 경우)국제적인 왕따가 될 수 있다"면서 반대했던 입장에서 급선회했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이 며칠 전 한 세미나에서 유럽연합(EU) 11개 나라가 도입한 것처럼 단기적으로 외화자금이 우리나라를 들고 날 때 세금을 물릴 수 있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토빈세 이슈에 불을 붙였다.

`토빈세` 개념을 만든 미국의 경제학자 제임스 토빈(출처=Bloomberg)
당장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토빈세가 도입되면 외화자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가 위기가 다시 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지난 1997년의 위기에서 우리나라 경제의 대외 취약성은 여실히 드러났었다.

1990년대 중반 우리나라와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 들어왔던 투기자본들은 1997년 태국 바트화 폭락을 시발점으로 확 빠져나갔다. 외환(달러)이 빠져나간 만큼 환율은 급속히 치솟았다. 원화 가치가 폭락했지만 우리나라는 이걸 방어할 달러가 부족했다.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내미는 초유의 구제금융 사태가 발생하고 만 것이다.

4년 전 미국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타격도 신흥국들에게 컸다. 잘 나갔던 아일랜드마저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대외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또다시 이런 사태가 발생할 기미가 보이고 있다. 아프리카 일부 국가들에서다.

3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프리카 일부 국가들이 해외에서 채권을 대거 발행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한때 이머징 국가들을 혼란에 빠뜨렸던 '원죄(Original Sin)'가 재출현할 수 있어 우려된다고 전했다. 

'원죄'란 베리 아이켄그린 UC 버클리 교수가 명명한 것으로, 국제 신뢰도가 낮은 통화를 가진 나라들은 아무리 자국 통화를 많이 갖고 있어도, 또 첨단기술이나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어도 달러 등 국제 결제통화를 조달하지 못하면 기본적으로 자본 거래가 불안정하다는 태생적인 한계를 의미한다. 

외화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면 1997년의 IMF 구제금융 사태나 국가 부도도 맞을 수 있다. 1995년 중남미를 휩쓸었던 '데낄라 위기'도 기저엔 공공채무 가운데 외국인들이 보유한 채무, 즉 외채가 많았기 때문에 벌어졌다. 또한 이런 '원죄'는 전 지구적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으며 환율 변동이 심할 경우에 더 위험해 진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이런 위기를 경험해 본 국가들은 자국 채권 시장을 발전시키는데 힘을 쏟아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해 돈을 조달하는 비중을 많이 줄여왔다. 우리나라 시장을 방어할 실탄인 외환보유액은 3000억달러를 넘어 '너무 많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단기외채가 꽤 되지만 외환보유액의 절반도 안 된다.  

하지만 좀 더 가난하고 작은 국가들의 경우, 그리고 성장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 국가들로선 외환보유액 쌓기보다 현재로선 외화 채권 발행에 매달릴 수밖에 없어 보인다. 여전히 많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이머징 마켓 채권에 큰 관심을 갖고 몰리다 보니 이자율도 크게 낮다. 

(출처=BBC)
IMF는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을 벌써부터 우려섞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뤽 에버라어트 IMF 통화 및 자본시장 발전 부문 부이사는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 "일부 국가에서 '원죄'로 인한 문제가 다시 나타나는 걸 보고 있다"고 말했다.

FT에 따르면 최근 해외에서 처음으로 달러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나라엔 앙골라, 몽골리아, 나미비아, 잠비아 등이 있다. 수요는 엄청나게 몰렸다. 

지난해 잠비아가 첫 달러 채권을 발행할 때 120억달러의 주문이 몰렸다. 이에 따라 채권 발행 규모는 7억5000만달러까지 늘어났다. 조달 이자율은 당시 스페인의 이자율보다 낮았다. 이들 국가의 경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선진국에 비해 국가부채 규모도 적다. 투자자들에겐 매력 포인트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는 점, 이자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다는 점에 홀린다면 이후 새로운 부채 위기를 가져올 수 있기에 우려된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도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머징 국가들의 부채는 과거보다 적은 편이지만 일부 국가에선 부채 위기가 다시 나타나는 것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로고프 교수는 선진국 경제가 여전히 성장하지 못하고 있고, 이 때문에 제로(0)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한 결과적으로 이는 이머징 국가들의 통화 가치를 높여 엄청난 압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에서 유입되는 자본이 성장을 가져올 수 있도록 잘 유도해야 하지만 일부 국가는 그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로 다시 돌아와 얘기해 보자. 원화 가치는 급속하게 오르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들은 자국 경제가 죽게 생겼는데 이머징 국가들에 대해 생각해 줄 여력이 없으니 계속 돈을 풀고 있다.  원화 가치가 엔화에 대해 지금보다 20%만 높아져도 경상수지 흑자로 남긴 돈 다 없어질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지금 우리나라 경제에 환율은 큰 골칫거리다. 

그래서 토빈세, 물리느냐 안 물리냐보다 중요한 건 지금 시점에서 이 얘기를 '했다'는 점인 것 같다. 시장은 말 한 마디에도 급격하게 요동치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지금은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라고 걱정들을 하지만 생각만큼 빠르게, 쉽게 토빈세가 도입되긴 어렵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함부로 들어왔다가 함부로 빠져나가는 투기성 외화자금에 대해선 토빈세라는 엄포를 놓는 것도 괜찮지 않나 싶다. 돈에는 윤리가 없으니까 말이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미중 관세협상, 명백한 중국의 승리"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미중 관세협상에 대해 중국내에서는 미국에 대항해 '승리'를 거뒀다며 고무된 분위기다. 중국의 매체들은 13일 일제히 미중관세협상 결과를 보도하고 나섰다. 관영매체들은 '승리했다'는 표현을 자제하고 있지만, 협상이 성공적이었다는 논조를 유지했다. 중국의 SNS상에서는 미국에 대항해 중국이 승리했다는 반응 일색이다.  12일 미중 양국의 협상단은 스위스 제네바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은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율을 145%에서 30%로, 중국은 미국에 대한 관세율을 125%에서 10%로 낮추기로 했다.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추가적인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5년전인 2020년 1월 타결됐던 미중 관세협상 결과와는 차이가 크다. 당시 중국은 2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제품 구매할 것을 약속했고, 강도 높은 지재권 보호 , 금융 서비스 시장 개방, 환율 투명성 강화 등을 보장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미국은 관세를 일부 인하했다. 하지만 이번 미중 관세협상에서는 양국이 모두 동등하게 115%의 관세를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중국의 미국산 물품 구매나 시장개방에 대한 약속은 없었다. 양보 일변도였던 5년전과 달리 이번 미중 관세협상은 공평하고 평등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 매체 블룸버그는 "이번 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국은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결과를 얻었고, 미국은 끝내 양보했다"며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강대강 전술이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중국 매체 관찰자망은 "양국의 제네바 경제·무역 회담 공동성명 발표는 중국이 무역 전쟁에서 거둔 중대한 승리이자 중국이 투쟁을 견지한 결과"라며 "미국의 무역 괴롭힘에 맞서 항쟁할 용기가 조금도 없는 국가들과 비교하면 이번 승리의 무게가 더 무겁다"고 논평했다. 광다(光大)증권은 13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국제 무역 투쟁에서 패권을 두려워하지 않고 굳건하게 맞선 결과 단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가장 먼저 미국에 대등한 보복성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국내적 국제적으로 대응조치를 내놓았다"고 덧붙였다. 자오상(招商)증권은 "중국은 미국과 공평하고 평등한 협상을 진행했으며,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었다"고 호평했다. 이어 "중국은 우호적인 국가들을 확보하고 있었으며, 중국 경제의 대미 의존도를 낮췄고, 기술 진보와 군사력 확충 등이 이뤄졌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같은 성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여론이 지나치게 고무되는 것을 경계하는 논설기사도 나왔다. 신화사는 '중미 경제무역 회담이 세계 경제 압박을 낮추고 신뢰를 증진시켰다'라는 제목의 논설에서 "양국의 대화 재개는 기쁜 일이지만, 양국간의 의견 차이 해소는 복잡하고 어려우며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오성홍기와 미국 성조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ys1744@newspim.com 2025-05-13 09:53
사진
대법 "대법원장 청문회 출석 곤란"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대법원은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오는 14일 예정된 '사법부의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국회에 전달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12일 기자단 공지를 통해 "재판에 관한 청문회에 법관이 출석하는 것은 여러모로 곤란하다는 입장"이라며 "출석 요청을 받은 16명의 법관 모두 '청문회 출석요구에 대한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조희대 대법원장. [사진=뉴스핌DB]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 사건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심리·선고해 사실상 대선에 개입했다며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7일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과 증인·참고인 출석 요구 등을 의결했다. 청문회 증인으로는 조 대법원장과 판결에 관여한 대법관 11명이 전원 채택됐으며 대법원 수석·선임재판연구관, 대법원장 비서실장, 법원행정처 사법정보화실장 등 판사들도 포함됐다.  shl22@newspim.com 2025-05-12 18:24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