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1조달러짜리 주화를 찍어서 미국의 부채를 갚자는 아이디어는 2010년 블로그에서 떠돌던 얘기다.
2011년 미 의회가 부채한도 상향 문제의 합의를 이루지 못했을 때 잠시 관심을 끌었던 주화는 최근 투자가들은 물론이고 워싱턴 정가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주화를 발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미 재무부가 1조달러짜리 백금 동전을 찍어내 이를 연방준비제도(Fed)에 예치한 후 필요한 금액을 인출해 부채를 상환한다는 것이 내용의 골자다.
사실상 해법이 전무한 미국의 눈덩이 부채 상환을 시쳇말로 ‘한 큐’에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인 셈이다.
내달 15일 협상 시한을 앞두고 공화당이 부채한도 상향 조정에 합의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1조달러 주화가 다시 관심을 끌었지만 경제 석학과 투자가들은 ‘심한 장난’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투자가들 사이에 이를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진지하게 고려할 수 있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다분히 비도덕적인 방법이지만 불법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긍정론에 이어 의회가 끝내 협상을 타결하지 못할 경우 이밖에 다른 대책이 없다는 주장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특히 백악관마저 1조달러 주화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은 속내를 내비치면서 현실화 여부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최근 워싱턴 포스트는 1조달러짜리 백금 주화에 적극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악의 결과로 매도할 이유가 없을 뿐 아니라 적법한 절차를 통해 부채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달리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당성을 부여했다.
미국 유명 법률 사이트인 볼로크 컨스피러시의 유진 콘토로비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를 승인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법적으로 문제될 이유가 없고, 주화가 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블로그의 괴담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받아들이자는 의견이 번지는 가운데 어반 브루킹스 조세정책센터의 도널드 매런 디렉터가 이를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주화를 찍어 빚을 갚자는 얘기는 법망이 그만큼 허술하다는 얘기”라며 “금융위기 당시 재무부는 제너럴 모터스(GM)를 포함한 제조업체와 금융업계를 구제하기 위해 본연의 권한을 과도하게 확대해석했고, 주화는 극단적인 연장선 상에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실제 재무부가 주화 발행에 나설 경우 미국의 국내외 이미지는 회복이 힘들 정도로 망가질 것”이라며 “심슨이나 오스틴 파워의 속편 수준의 아이디어”라고 비판했다.
이밖에 주화 발행이 추진될 경우 달러화 입지가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경고도 제기됐다.
FX 호라이즌의 마이클 케이지 매니징 디렉터는 “주화를 실제 발행했다가는 달러화의 지위가 위태로워질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채권자 및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국채 매입을 원한다면 달러화에 흠집을 내는 비이성적인 게임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