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중앙은행들 사이에 통화전쟁이 점차 격렬해지고 있지만 출발점부터 오류라는 주장이 나왔다.
통화를 평가절하하면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정책자들의 대전제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스위스 중앙은행이 프랑화의 평가절상을 차단하기 위해 영국 파운드화 및 유로화 자산을 대량 매입한 데 이어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엔화 절하 의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해외 자금 유입으로 헤알화의 절상 압박이 지속되는 가운데 브라질은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QE) 정책을 날카롭게 비난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이 자산 매입을 통한 유동성 공급으로 점진적인 통화 평가절하를 도모한 사실은 새롭지 않다.
글로벌 주요국이 일제히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데 혈안이 된 것은 수출 경쟁력을 높여 강한 경기 회복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전통적인 경제 논리가 더 이상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주장이다.
씨티그룹의 스티븐 잉글랜더 외환 전략가는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면 수출을 늘려 경기가 살아난다는 논리는 지나치게 편협하고 단순한 발상”이라며 “통화 약세는 경제 기초체력의 악화로 나타나는 결과일 뿐 특정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HSBC의 데이비브 블룸 외환 전략 헤드 역시 “일본 정부가 엔화 평가절하에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의도하는 결과를 얻기 어려울 뿐 아니라 원하는 만큼 엔화를 떨어뜨리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방준비제도(Fed)에 이어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 역시 유동성 공급을 통한 통화 절하 효과를 노렸지만 수출 경기를 향상시키는 데 성과를 이뤄내지 못했다.
이는 교역 활성화가 통화 가치 이외에 다양한 변수들과 맞물린 사안이기 때문이며, 환율을 유일한 전제 조건으로 여기는 전통적인 경제 논리의 오류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고 업계 전문가는 지적했다.
잉글랜더는 “국제 교역은 생산성과 기업 투자 추이, 관련 산업의 인프라와 세제를 포함한 각종 규제, 여기에 저축률까지 수많은 요인에 따라 패턴이 형성된다”며 “문제는 통화가치보다 고평가된 자산 가치”라고 주장했다.
주택을 포함한 자산가치가 고평가되고 민간 부채가 한계수위에 이른 경우 가격 균형을 이루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지적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