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이머징마켓의 중앙은행이 보유한 유로화 표시 자산이 10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과 채무조정이 이뤄지면서 유로존 붕괴에 대한 공포가 한풀 꺾였지만 유로화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저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4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이머징마켓의 유로화 채권 비중이 지난해 3분기 말 24.7%로 집계됐다.
이는 유로존의 부채위기가 가시화되기 시작한 2009년 30%에서 급감한 동시에 2002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노무라의 옌스 노드빅 외환 헤드는 “이머징마켓은 유로존 가운데 특히 주변국 국채에 대한 투자 매력을 상실했다”며 “뿐만 아니라 유로존 중심국에 대해서도 신뢰가 떨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각국 중앙은행이 유로화 자산을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매도하고 나서지만 않는다면 일정 부분 비중 축소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라며 “유로화 하락이 수출 산업을 중심으로 유로존 실물경기 회복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같은 기간 선진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유로화 비중은 지난 1년간 증가 추이를 지속했다.
또 선진국이 보유한 영국 파운드화는 190억달러(120억파운드) 급증, 980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사상 최대 증가폭이다.
이는 스위스 중앙은행이 프랑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대대적인 시장 개입에 나선 결과라고 시장 전문가는 판단했다.
이 때문에 영국 영란은행(BOE)의 파운드화 평가절하 움직임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HSBC의 데이비드 블룸 외환 애널리스트는 “이미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글로벌 통화전쟁이 가시화되기 시작한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머징마켓의 유로화 자산 비중 축소에도 유로화는 지난해 7월 이후 8% 랠리 했다. 이에 대해 모간 스탠리의 한스 레데커 외환 애널리스트는 “유럽 은행권이 대규모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나서면서 유로존 이외 글로벌 자산을 매각한 데 따른 결과”라고 판단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