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사회 반대표 못이겨 결국 손놔
[뉴스핌=이강혁 기자]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하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가 끝내 무산됐다. 이에 따라 어 회장의 영향력에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KB금융 이사회는 18일 오후 명동 본사에서 임시 이사회를 속개하고 ING생명 인수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국 '인수 중단'을 결정했다.
ING생명 인수 추진 만으로는 1년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로는 3개월여만이다.
이날 KB금융 이사회는 중장기 전략방향인 '비은행 계열사 육성'과 고령화 사회에서의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한 '보험사 M&A(인수합병)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다고 한다.
그러나 내년도 경제여건이 특히 불투명하고, 저금리 장기화, 가계부채 문제, 유럽 재정위기 등 금융환경이 날로 어려워지는 것을 감안하면 업계 최고수준의 자본적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이같이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이사회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추진 중단은 경제적 판단을 기초로 오랜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표심은 냉정했다.
이날 이사회 표결에서는 찬성 5표, 반대 5표, 기권 2표로 과반 찬성표 획득은 커녕 기존 2~3명의 반대파 사외이사 이외에도 기권표를 포함하면 사실상 반대 의견이 압도적이었던 셈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보험업황은 물론 높은 인수가격 등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줄곧 유지한데다, 최근에는 어 회장의 중국 베이징 술자리 파문까지 겹친 게 악재로 작용한 듯 보인다.
더구나 일부 사외이사의 반대 의견을 돌려놓기 위해 사활을 건 어 회장의 설득작업이 결과적으로는 전혀 먹히지 않았다는 해석으로도 이어진다.
결국 강력한 카리스마로 조직을 이끌던 어 회장의 리더십에도 큰 상처가 나게 됐다.
사실 어 회장은 지난 2010년 7일 임기 초부터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비은행부문 강화를 수차례 강조해 왔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떠안긴 KB저축은행(제일저축은행)을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성과가 없다.
정작 조직의 체질개선과 글로벌 금융지주를 꿈꾸며 인수를 추진했던 이번 ING생명 인수 건은 결속력까지 잃으며 주저앉고 말았고, 지난 7월의 우리금융 매각작업은 비난 여론으로 뭇매만 맞고 포기해야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앞으로 추진할 사업과 의사결정에서 어 회장의 영향력 감소는 불가피해 보인다"며 "대선 이후 새정부 출범까지의 과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