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朴 '캠코채', 文 '토빈세' 이슈
[뉴스핌=김선엽 기자] 제 18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18일 서울채권시장은 대체적으로 차분한 모습이다.
지난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버락 오바마와 밋 롬니의 당선 가능성을 저울질하며 개표 결과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던 상황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대체적으로 누가 당선이 돼도 채권시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경제정책에 있어서 두 후보 모두 복지확충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 재정건전성의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재정절벽 이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대선 결과에 따라 여소야대 또는 여대야소가 결정되는 만큼 결코 대선 결과의 영향을 무시하기 어렵다.
또한 각 후보의 구체적 각론이 시장에 주는 충격은 예상보다 클 수도 있다.
◆ 새정부 출범, 위험자산 강세 요인이지만...
새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복지는 늘고 세금은 줄면서 국채 발행이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 공통된 인식이다. 이 경우 수급 측면에서 채권 쪽에는 좋을 것이 없다.
더군다나 통상적으로 새정부가 출범하면 기대감과 불확실성 해소로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고개를 들었던 것을 고려하면 채권 쪽의 부담은 좀 더 크다.
다만, 내년도 국채발행계획은 올해 말 국회를 통과할 예정인 예산안에 기초해서 작성되며 변경되기 어렵다.
재정부 관계자는 "현재 정부안이 올라간 상태고 이 상태로 통과된다면 의회의 동의 없이는 국채발행 총액을 바꿀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당선자의 얼굴에 따라 급하게 수급상의 변화가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 朴은 '캠코채', 文은 '토빈세' 이슈
각론으로 들어가면 조금씩 차이가 느껴진다.
박 후보는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을 조성할 것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재원마련에 대해서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고유계정과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 등을 재원으로 채권을 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캠코채 발행이 크게 늘 경우, 채권시장 수급 측면에서는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반면, 문 후보가 아직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당선 시 '토빈세' 논의가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토빈세는 단기성 외환거래에 세금을 부과해 핫머니의 급격한 자금 유출입에 따른 통화위기를 막기 위한 규제다.
현제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환율 등락폭이 전일대비 3% 이하일 때는 0.02%, 3%를 초과할 때는 10~30%의 거래세를 거래 규모에 비례해 걷는다.
토빈세 도입 시 외국인 자금이 일부 이탈하면서 국채 등 채권금리의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 민병두 의원실 관계자는 "금융에 대해 현재 과도하게 방임되는 측면이 있으며 과도한 외환보유고와 통안증권 발행의 비용 등을 고려하면 외환시장 불안정으로 현재 치르고 있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현재 문 후보는 토빈세 도입에 대해 "긍정적 검토"의 입장인 반면, 박 후보는 "토빈세는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도입하기 어렵다"며 반대다.
◆ 내년 추경 실시? '어렵지만 가능성 열어둬야"
한편, 문 후보는 대통령 당선 시 '추경'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추경 실시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법적 요건 미비로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가재정법상 추경요건은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하거나, 경기침체 또는 대량실업의 발생이나 우려가 있는 경우다.
경기침체와 관련해 지난 7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제기준으로도 경기침체라 하면 분기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2분기 연속 마이너스로 나타날 때"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국회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호락호락 추경을 통과시켜줄 가능성도 매우 낮다.
하지만 법률해석상 경기침체의 우려만으로도 추경 실시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고 정치가 타협의 산물임을 고려하면 반드시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추경이 현실화될 경우, 증세나 한국은행 차입이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하면 재원마련 방법으로 재정증권 및 국고채 발행 등의 방법이 사용될 전망이다.
하지만 추경이 실시될 정도로 경기침체가 지속될 경우, 기준금리 인하가 선행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쉽게 채권 쪽 영향을 결론내리기도 쉽지 않다.
◆ 기준금리, "文보다는 朴이 '인하'지만..."
향후 기준금리 방향과 관련해서는 대체로 박 후보가 문 후보보다 확장적 통화정책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다.
박 후보 당선 시 통화정책의 연속성이 확보되면서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문 후보의 경우 환율방어 등에 좀 더 미온적일 수 있으며 전 정권과 정책의 차별성을 그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 매니저는 "경기상황은 내년 초가 지금보다 크게 나빠질 것은 아니라고 봐서 굳이 해야 될 상황은 아닐 수 있지만 집권 초에 부양을 하고 싶은 욕구는 박 후보 쪽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다른 증권사의 한 채권 매니저는 "대통령이 바뀐다고 경기의 큰 흐름이 달라지진 않을 테고 큰 줄기상의 통화정책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홍철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경제 쪽은 두 후보가 비슷하다"며 "야당이 되면 복지에 돈 많이 들어간다고 하지만 증세 얘기는 오히려 문 후보 쪽에서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언론에서 이 얘기, 저 얘기를 엮어 비교하지만 둘 다 쓰는 돈은 비슷하다고 보면 채권 쪽 영향을 섣불리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