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글로벌

속보

더보기

중앙은행의 위험한 베팅: MIT '새 케인즈파'의 실험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뉴스핌=김사헌 기자] 두 달 마다 한 번씩, 스위스 바젤의 국제결제은행(BIS) 본부 건물 18층은 십 수명의 주요국 중앙은행가들이 비밀스럽게 모인다. 만찬을 포함한 이 회동은 주로 통화정책과 경제 문제에 대한 것이지만, 최근에는 '교과서에도 없는' 위험한 정책 실험이 주된 논의 주제다.

매우 현실적인 문제들을 격식없이 얘기하는 이 자리는 전 세계 경제의 돈맥을 좌우하는 중요한 의사결정의 기초가 만들어지는 자리이기도 하다. 만찬의 애피타이저가 끝난 뒤 와인을 곁들인 담소 시간이 되면 이야기는 더욱 진솔해진다. 서로 개별국가의 전망에 대해 묻고 질문들이 뒤따른다. 물론 의사록이나 논의 속기록은 없으며 스탭도 참석할 수 없는 매우 비밀스럽고 사적인 자리다.


◆ MIT출신 '새 케인즈파'가 주도하는 글로벌 중앙은행 정책

2007년 세계 금융 위기 발생 이후 이들 중앙은행가들은 전 세계 금융시스템에 11조 달러가 넘는 천문학적인 화폐를 공급하는 전례없는 정책을 실시했다. 최근까지 경제 회복이 지지부진한 양상을 보인 데다 유럽 채무 위기까지 겹치면서, 이 같은 양적 완화정책은 점차 강도를 더해가는 중이다.

이 경제학 교과서에 없는 위험한 정책실험은 바로 몇몇 메사추세스공과대학교(MIT)의 경제학 박사 출신의 유력 경제학자들의 학문적 성과들에 기초해 진행되고  있다.

중앙은행가들은 정부 내에서도 고립된 존재들이다. 민간은행가들과 너무 가까우면 시장을 흔들거나 불공평한 이득을 제공할 수 있고, 정치권과의 독립을 위해 정치인들과도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2007년 위기 발생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가들은 서로 의지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과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그리고 영란은행 총재는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 MIT 경제학과의 이른바 'E52' 건물에서 함께 지낸 인물들이다.

MIT 경제학박사 출신들 중 다수는 경제가 하강국면에 있을 때 정부가 나서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새 케인즈주의자(New Keynesian)들이다. 특히 중앙은행은 여기서 금리 조절 뿐 아니라 정책적 의사소통 문구들을 통해 대중의 기대치를 조율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MIT 박사들의 정책 실험]

최고 중앙은행가들 중 MIT 출신

벤 버냉키 연준의장: 1979년 MIT 박사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1977년 MIT 박사
(위 두 사람은 각각 스탠리 피셔 당시 MIT 교수(1973~1994)가 박사 지도)
머빈 킹 영란은행 총재 1983~84 MIT 방문교수 당시 버냉키 등 지도
제레미 스타인 연준 이사 1986년 MIT 박사

연준 내에서 버냉키 의장에게 보고하는 이사들

화폐 담당 윌리엄 잉글리시 1986년 MIT 박사
경제분석 담당 데이빗 윌콕스 1987년 MIT 박사
국제 담당 스티븐 카민 1987년 MIT 박사
은행감독 담당 마이클 깁슨 1993년 MIT 박사

그 외

찰스 빈 영란은행 부총재 1981년 MIT 박사
올리비에 블랑샤르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1977년 MIT 박사(1983년부터 교수직)
두부리 섭바라오 인도 준비은행 총재 1982년 MIT 펠로우
호세 드 그레고리오 전 칠레 중앙은행 총재 1990년 MIT 박사
아타나시오스 오르파니데스 전 키프로스 중앙은행 총재 1990년 MIT 박사
필립 로우 호주 연방준비은행 부총재 1991년 MIT 박사

※자료: 월스트리트저널(WSJ)

스위스바젤 BIS 타워, 그 아래 스탠리 피셔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 우측은 시계방향으로 벤 버냉키, 마리오 드라기, 제레미 스타인, 머빈 킹※사진 출처: BIS, Federal Reserve, ECB, Bank of Israel 홈페이지

◆ '새 케인지안', 대공황 시절 케인즈의 현대화

MIT 경제학 박사들 중 다수는 '새 케인지언'이 됐는데, 이들은 대공황 시대의 존 메이너스 케인즈의 연구 성과를 현대화했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강력한 개입을 주장한 케인즈와 마찬가지로 이들 역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한편 이들은 소비자와 기업 소유주의 심리를 중요시한다. 이들 경제 주체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조절함으로써 현재의 경제적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중앙은행이 공표하는 발표문은 이런 기대를 '조작'하기 위해 매우 섬세하게 조율된다.

'새 케인지언'은 이른바 민물 경제학자들(Freshwater Ecocomist)라고 불리는 '시카고 학파'에게 위기 발생의 일부 책임을 돌리고 있지만, 또한 이런 민물 경제학의 성과를 일부 차용한다. 경제 주체의 기대에 주목한 '포워드 룩킹(forward looking)' 방식을 수용하는 것이다.

민물 경제학자는 오대호 인근의 시카고 로체스터 미네소타 대학 등의 소속 경제학자를 일컫는데 시장의 자율성을 중시하고 경제주체의 합리적 기대가 미래를 결정한다면서 정부 개입에 반대한다. 이와 반대로 MIT와 버클리, 하버드 예일 등에 속한 케인즈 경제학자들은 '짠물 경제학자'로 불린다.

개별 국가들이 재정정책에 대해 합의하는 것이 힘든 상황에서도 전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일사분란하게 자신들만의 길을 걷고 있다. 이들은 유권자나 정치인들에게 휘둘리지 않으며, 대학시절 사귄 동료들과 자주 대화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통일적인 정책 실험의 기반으로 이용하고 있다.

만약 지금 중앙은행가들의 실험이 옳다면 세계경제는 1930년대와 같은 대공황의 그늘에서 빨리 빠져나올 것이지만, 만약 그릇된 판단을 내렸다면 인플레이션이나 또다른 거대한 금융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 물론 실패는 곧 이들 중앙은행가들에 대한 권한이나 독립성의 박탈도 수반할 가능성이 높다.


◆ 그들이 옳다면 모르지만, 틀릴 경우

중앙은행들은 세계 화폐공급장치를 통제한다. 신규 화폐 공급은 경기를 부양해 금리와 실업률을 낮추는 대신 인플레율은 높이며, 공급을 막거나 회수하면 금리가 올라가고 경기가 냉각되지만 물가 압력은 낮아지는 식이다.

지금 중앙은행은 막대한 화폐 공급 정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경제가 회복되면 신속하게 회수해 인플레이션 발생을 피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과연 그런 회수 작업이 적절할 때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이런 문제들은 중앙은행가들도 잘 안다. 찰스 빈 영란은행 부총재는 "우리도 상황이 매우 이례적이란 점을 잘 알고 있고, 또 별로 경험해보지 못한 정책적 무기들을 사용하고 있는 처지"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버드대학 경제학 교수이자 8세기에 걸친 재정 위기를 분석한 "이번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net)"의 공동저자인 케네쓰 로고프 교수는 "아직 실험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러한 정책 기조가 과도 혹은 과소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실험적인 전략이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비판과 우려는 계속 이어지고 있어

주요국 중앙은행의 막대한 양적 완화 정책은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고 증권시장을 부양해서 가계와 기업의 소비지출과 투자를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금 실행되는 정책을 전 세계 금융시스템을 상대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는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당연히 이 같은 정책이 몰고 올 부작용에 대한 경고는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회동 당시 BIS의 사무총장인 제이미 카루아나는 "최후의 보루 역을 맡게 된 중앙은행은 막대한 규모의 완화정책을 구사하고 있는데, 이러한 긴급 조치들은 너무 오래 유지하면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일을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게다가 직접적인 부작용 외에도 일국 정부의 도덕적 해이도 발생할 수 있다. 일시적인 사태의 개선을 빌미로 재정적자를 줄이고 경제개혁을 단행하는 어려운 정치적 결단을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BIS 내부에도 최근 중앙은행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이 존재한다. BIS의 화폐 분야를 담당하는 스티븐 케세티는 "중앙은행은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는 아니다"는 점을 계속 강조해왔다.

전 BIS 수석 이코노미스트였던 윌리엄 화이트와 같은 경제학자는 최근 중앙은행의 정책 기조에 대해 불만이다. 그는 "금융 위기 발생 전에 신용 거품에 대해 경고했지만 아무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회의감을 드러냈다. "단기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기 위해 장기적인 문제를 양산하고 있는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군 마트 매출 상위 4개 모두 '술'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올해 1∼11월 군 마트 판매량 상위 4개 품목이 모두 주류로 집계됐다. 국군복지단 소속 PX(군 마트)가 병영 내 '생활복지 시설'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판매 구조는 사실상 '주류 중심'으로 재편된 셈이다. 논산 육군훈련소 본점 군 마트 전경. [사진=국방부 제공] 2025.12.21 gomsi@newspim.com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간 내 판매량 1위는 A 캔맥주(2398만개)였으며, 이어 B 캔맥주(2171만개), D 캔맥주(1400만개), C 소주(256만개) 순으로 나타났다. 네 품목 판매량을 합치면 총 8025만개, 매출액은 918억6948만원에 달한다. 군 마트 내 A 캔맥주 가격은 1000원으로, 편의점 평균가(2250원)의 절반 이하다. C 소주 역시 1060원으로, 시중가(1800원)보다 약 40% 낮은 수준이다. 복지단이 대량 구매 및 유통 수수료 절감으로 단가를 낮춘 영향으로 풀이된다. 매출액 기준으로는 E 화장품 세트가 전체 1위(323억6621만원)를 차지했다. 판매량은 83만개로, 군 마트 판매가(3만8930원)는 온라인 최저가(29만원)의 약 7분의 1 수준이다. 유용원 의원은 "군 마트는 장병들의 기본적인 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공간임에도, 실제 판매 비중을 보면 주류와 화장품이 매출을 주도하고 있다"며 "복지 취지에 맞게 품목 구성과 가격 체계를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gomsi@newspim.com 2025-12-21 15:12
사진
이노스페이스, '한빛-나노' 23일 발사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민간 우주발사체 기업 이노스페이스가 첫 상업발사체 '한빛-나노'의 발사를 한국시간 오는 23일 오전 3시 45분에 재시도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노스페이스는 지난 20일 발사를 앞두고 추진제 충전 과정에서 2단 액체 메탄 탱크 배출 밸브의 간헐적 미작동을 확인하고 발사를 중단했다. 해당 밸브는 발사체 상단부 압력 제어를 담당하는 부품으로, 작동 불량 시 탱크 파열 가능성이 있어 안전을 고려해 예방적으로 발사를 중단했다. 이노스페이스 '한빛-나노' 발사체 전경 [사진=이노스페이스] 2025.12.21 biggerthanseoul@newspim.com 이후 점검 결과 배출 밸브 외 추가 이상은 없었으며, 예비품으로 교체가 가능한 상태다. 발사 일정은 브라질 공군과의 협의를 거쳐 발사 윈도우 마지막 날인 12월 22일(브라질 시간) 오후 3시 45분으로 확정됐다. 다만 당일 비 예보가 있어 기상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이노스페이스는 이번 발사로 고객 위성 5기를 고도 300km, 경사각 40도의 지구 저궤도에 투입하고, 비 분리 실험용 탑재체 3기에 대한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김수종 대표는 "발사체 개발과 발사 운용은 고난도 기술 영역인 만큼 남은 시간 면밀히 점검해 안전하고 성공적인 발사를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biggerthanseoul@newspim.com 2025-12-21 17:2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