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공격적인 통화 팽창으로 경기부양을 꾀한다는 점에서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과 대동소이한 정책 노선을 취하고 있지만 커뮤니케이션 방식에서는 뚜렷한 대조를 이루는 것으로 정평 나 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이 애매모호한 어법으로 연준의 경기 판단 및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해석하는 데 투자가들이 진땀을 흘리게 했던 반면 버냉키 의장은 비교적 직설적이고 구체적인 형태를 취한다.
시장과의 의사소통에 대해 보다 깊이 고민한다는 점에서도 버냉키 의장은 그린스펀 전 의장과 차별화된다.
11~12일(현지시간) 열린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발표에서 버냉키 의장의 상이한 면모가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최근까지 실업률이 상당폭 하락할 때까지 제로금리를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던 연준이 구체적인 목표 수준을 제시한 것. 연준은 실업률이 6.5%를 밑돌거나 인플레이션이 연2.5%를 넘어설 때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의 금리 인상 시기를 둘러싸고 예측이 난무했던 시장은 일단 반색했다. 이와 동시에 연준이 특정 수치를 제시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다.
투자가들은 연준의 정책 방향을 보다 정확하게 시장에 제시하는 한편 미국의 경제 회복이 에상보다 느릴 것이라는 판단을 내비친 것이라고 해석했다.
앞서 연준이 2015년 중반까지 제로금리를 지속할 것이라는 뜻을 밝힌 데 이어 이번 회의에서 실업률 목표 수준을 6.5%로 제시, 고실업률이 앞으로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을 간접적으로 밝혔다는 얘기다.
PNC 파이낸셜의 버스 포셔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회의에서 연준이 새로운 접근 방식을 취했고, 시장의 혼란을 완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연준이 구체적인 지표를 제시한 이면에는 미국의 경기 회복이 시장의 기대보다 실망스러울 것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연준의 정책에서 초래되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 및 비판을 진정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양적완화(QE)의 경기 부양 효과에 대한 논란과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연준이 목표하는 경제 지표를 명확하게 제시함으로써 비전통적인 팽창적 통화정책을 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한편 이날 연준은 제로금리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한편 연말 종료되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T)에 이어 매월 450억달러 규모로 장기물 국채 매입을 실시하기로 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