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경영진 이탈,소송 패소 등 부각
[뉴스핌=김민정 기자] ‘애플 위기론’이 거세다. 아이폰5가 출시 사흘 만에 500만대 이상 판매실적을 올리는 등 스마트폰 시장에서 여전히 강력한 힘을 보이고 있지만 주가 하락, 경영진들의 사임, 특허권 소송에서의 잇따른 패소 등이 부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지난 2006년 레이저(Razor) 1억대 판매 신화를 기록한 후 몰락한 모토로라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어 주목된다.
국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애플이 모토로라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닌가 싶다”며 “모토로라는 1억대 이상의 판매 실적을 올리기도 했지만 고점을 찍고 바로 고꾸라졌다”며 “애플의 지금처럼 경영진들이 줄줄이 회사를 나갔고, 결국 지금의 모습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1983년 세계 최초로 휴대폰을 상용화한 모토로라는 2006년까지 레이저폰을 전세계에서 1억대 이상 판매하는 등 휴대폰 시장에서 절대 강자의 지위를 누렸다. 그러나 이후 같은 디자인에서 탈피하지 못한데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뒤쳐지면서 지난 2010년 1분기부터 7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모토로라는 구글에 인수됐지만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며 모회사인 구글까지 위협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경영진 줄줄이 사임…고점 찍고 후퇴한 모토로라와 닮은꼴
모토로라가 후퇴의 길을 걷기 시작한 2007년과 현재 애플의 모습에서 몇 가지 유사성이 발견된다.
우선 경영진들이 줄줄이 사임했다는 점이다. 2007년 2월 모토로라에서 휴대폰 부문을 총괄하던 론 게리크 부사장이 사임을 전격 발표했고, 이어 11월 에드 젠더 최고경영자(CEO)가, 12월 파드마스리 워리어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부사장이 퇴사했다.
애플의 경영진들도 회사를 떠나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애플은 iOS 모바일기기 소프트웨어를 담당하던 스캇 포스털 수석 부대표와 소매부문 담당의 존 브로웻 수석 부대표가 사임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의 후임으로도 거명됐던 포스털 부대표의 사임은 업계에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모토로라는 시장의 변화에도 민첩하게 적응하지 못했고, 20여년 간 이뤄낸 ‘혁신’에 대한 시장의기대도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내리막 길을 걸었다. 휴대폰 시장이 2G에서 3G로 넘어가는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 데 이어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도 늦었다. 변화 없는 디자인에 소비자들도 모토로라를 외면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모토로라의 전체 휴대폰 판매대수는 4140만대로 업계 8위, 시장점유율은 2.7%를 기록했다. 2006년 레이저의 흥행으로 2억1700만대 판매, 점유율 21.7%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시장에서의 입지가 확연히 좁아진 것이다.
현재 애플의 모습도 이와 비슷하다. 애플의 플랫폼인 iOS의 점유율은 최근 부쩍 낮아지고 있다.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애플 iOS의 점유율은 13.9%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0%보다 낮아졌다. 반면,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52.5%에서 올해 3분기 72.4%로 월등히 높아졌다. 폐쇄적인 iOS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애플의 기업 가치도 추락하고 있다. 애플의 주가는 지난 9월 19일 705.0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하락세를 지속해 11월 21일 561.70달러까지 최고치 대비 25.5% 가량이나 급락했다. 다만, 낙폭 과다 인식에 최근 주가를 다소 회복한 상태다.
언론과 업계에서도 ‘애플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12일 잡지분야의 퓰리쳐상인 ‘내셔널 매거진 어워드’를 두 차례나 수상한 미국의 유명 저널리스트 마이클 울프는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에 ‘애플의 시대는 끝날 수도 있다(The Age of Apple may be over)’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 글에서 울프는 “애플의 지배적인 위치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며 “애플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지만 여러 세대에 걸쳐 성공할 수 있는 독점 아이템을 구축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