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동성 확대 및 수익성 제고 기대
[뉴스핌=김사헌 기자] 대형 투자은행(IB)들은 8.5조 달러에 이르는 회사채 시장의 유동성을 늘리고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 회사채 보유 현황을 담은 채권보유 명부(white page)를 구축하자는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 '명부'는 은행이나 투자자들이 서로 회사채 보유 현황을 추적할 수 있게 해 잠재적인 투자자 거래 알선이나 전체적인 채권 전자거래를 용이하게 만들자는 것이 취지다. 최소한 두 곳의 대형 법무법인이 이 같은 명부 구축 프로젝트가 문제가 없는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채 거래는 한 때 월가의 최대 돈벌이를 제공했지만, 금융 위기 이후에 규제가 강화되면서 딜러 은행들이 방대한 물량을 보유하려면 비용이 높아져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추세다. 게다가 시장조성자 기능을 하던 프라이머리딜러(PD)가 사업을 포기하면서 유동성 위험이 높아졌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2000년대 초반 주식 매매가 전자거래화되면서 일어났던 것과 같은 활발한 거래가 채권시장에도 일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최근 회사채 전자 입찰플랫폼인 지세션스(GSessions)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모간스탠리 출신인 번스타인의 브래드 힌츠 은행 분석가는 "적은 자본으로, 고객주문을 낮은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전자거래가 수익성을 높이고 유동성을 늘리기 위한 자본투입 필요가 줄어드는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최근 회사채 시장 주체들의 변화를 설명했다.
한편, 회사채 명부가 도입된다면 블룸버그 단말기에 등재된 회사채 보유 리스트 보다는 좀 더 최신정보의 갱신이 되는 리스크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이미 '마켓액세스(MarketAxess)'와 같은 채권거래 플랫폼에서도 잠재적인 투자자들을 연결시켜주는 기능이 제공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명부를 도입하더라도 이해가 명확해지도록 회사채의 표준화 역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회사채는 워낙 다른 만기와 규모 그리고 유형들이 많아, 개별 채권의 종류만도 수십만 개에 이른다.
한 미국계 투자은행 관계자는 "딜러들 사이에서 말들은 많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곳은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