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사상 초유의 전국 버스 파업이 불러온 '택시법' 개정안은 전형적인 선거철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으로 평가되고 있다.
택시가 대중교통으로 인정된 외국 사례가 있는지에 대한 검토는 물론 재원마련 방안과 실제 재정이 얼마나 투입되는지에 대한 고려도 없었기 때문이다.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하는 '대중교통육성에 관한 특별법'은 이미 오래 전부터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문제는 논리적 약점으로 인해 평소에는 잠잠하다가도 선거때만 되면 나오는 '단골메뉴'다.
전국버스업계 관계자는 "결국 표(票)싸움에서 우세한 택시를 정치권이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택시를 '배려'할 경우 최대 100만표의 행방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택시를 포함한 택시업계 종사자는 약 3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꼽힌다. 여기에 종사자 가족까지 포함하면 적어도 100만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버스업계 종사자는 10만명 선으로 많아야 40만표에 불과하다.
더욱이 버스 종사자는 대부분 '월급쟁이 근로자'라 업주가 아니면 정부 보조금 혜택 등을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택시의 경우 개인택시도 많은데다 법인 택시들도 사납금을 채워야하는 '개인 사업자' 입장이라 정부의 보조금 혜택이나 버스전용차로 운행 같은 혜택을 더 빨리 느낄 수 있다.
즉 버스에 대한 배려는 표로 이어지기 어렵지만 택시에 대한 배려는 표로 이어지기 쉽다는 게 버스 업계의 이야기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버스업계 근로자들은 택시 만큼 정부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라며 "이번 사태에 노조 쪽에서 적극적인 협조를 해준 게 고마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도 택시 종사자의 마음을 사기 위한 선거운동은 꾸준히 이어져왔다.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도 대선 후보시절인 2007년 선거운동을 하면서 택시업계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택시법을 주도한 민주통합당도 바로 이점을 내세워 '여야 합의는 물론 대통령도 인정한 법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안 추진도 졸속이란 비판을 면키 어렵다. 정부가 지적했듯 '택시법'에는 택시를 지원하기 위한 재원 마련 방안도 없고 재정이 어느 정도 소요되는지도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택시가 대중교통수단이 되면 택시 승강장 등 승하차시설을 국가나 지자체가 부담해야하는데 그 비용만 10억~14억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현재로선 재원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박기춘 의원(민주통합당)은 "어차피 법은 하위 법령이 있기 마련인데 하위법령에서 개정하면 되고 당장 택시에 대해 재정 지원을 하자고 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택시가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된 사례는 전세계에 없는 일이라고 지적하며 이에 대한 배려 없이 일방적으로 '택시법'을 추진하는 것도 문제라는 것.
포퓰리즘의 피해자는 시민이다. 버스가 파업하면 불편하고 택시가 대중교통수단이 되면 재원 마련을 위해 또 세금이나 운임이 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네티즌은 한 불로그에서 "택시가 대중교통수단이돼 종사자들에게 지원을 하든 말든 상관 없다. 이 때문에 내 세금만 안오른다면..."이란 글을 남겨 이 같은 심정을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