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턴, 버지니아 = 장도선 워싱턴 특파원] 오하이오, 플로리다와 함께 2012년 미국 대선의 승부를 가를 최대 격전지 가운데 하나로 분류되는 버지니아에서는 투표 마감을 2시간 앞둔 오후 5시(미국 동부시간) 현재 곳곳에서 뜨거운 투표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버지니아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기 고장이나, 투표 용지 부족 등 문제점이 발생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투표는 큰 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다.
직장 출근때문에 오전에 투표를 하지 못한 많은 유권자들은 지금 이 시간 서둘러 퇴근, 쌀쌀한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고 투표소로 향하고 있다.
4년 만에 돌아온 대통령 선거일인 6일 미국 버지니아주 앨링턴 투표소에 줄지어 선 유권자들[사진=Xinhua/뉴시스] |
버지니아 레스턴의 투표소에 나온 한인 여성 이정화씨는 "워싱턴DC에 있는 직장에 출근하느라 아침에 투표를 하지 못해 오늘은 2시간 휴가를 내고 일찍 퇴근했다"면서 "내 한 표가 미국 대선의 승패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적잖게 흥분된다"고 말했다.
13명의 대통령 선거인단이 걸린 버지니아는 과거 공화당 강세지역이었지만 지난 10년간 신규 이민자들과 고학력 전문직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공화-민주당간 치열한 경합지역으로 탈바꿈했다.
2008년 대선에선 버락 오바마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는 44년 만에 처음으로 버지니아의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오마바의 4년 전 승리로 버지니아의 표심이 민주당으로 돌아섰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버지니아 출신 연방 상원의원은 두 사람 모두 민주당 출신이지만 연방하원 의석수는 공화당 8, 민주당 3으로 공화당이 절대 우세를 보이고 있다. 또 현직 주지사가 공화당 소속이며 버지니아주 의회에서도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각종 여론 조사 결과가 말해주 듯 버지니아가 이번 대선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는 그야말로 뚜껑을 열기 전에는 알 수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버지니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밋 롬니 후보는 지난 한주간 버지니아를 6차례나 찾았다.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 주 토요일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북버지니아지역에서 2만 5000여명이 참석한 대규모 집회를 가졌다. 조 바이든 부통령도 4일과 5일 잇따라 버지니아를 돌며 순회 캠페인을 벌였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와 경계하고 있는 버지니아의 선거가 전국적 관심을 끄는 데는 경합지역이라는 점과 함께 미국 역사에서 차지하는 버지니아의 역사적 비중도 한 몫을 차지한다.
1607년 영국인들이 북미 대륙 최초로 건설한 정착촌이 바로 버지니아 제임스타운이었고 조지 워싱턴과 토마스 제퍼슨 등 미국 독립전쟁과 미 합중국 건설의 주역들 상당수가 버지니아 출신이다. 그리고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과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을 비롯해 제임스 매디슨(4대), 우드로 윌슨(28대) 등 무려 8명의 대통령이 버지니아에서 배출됐다. 버지니아에 ‘대통령의 주(State of Presidents)’라는 별칭이 붙어있을 정도다.
게다가 남북전쟁 때 버지니아는 링컨의 노예해방에 반대해 결성된 남부동맹에서 그야말로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다. 버지니아의 주도 리치먼드는 남부동맹의 수도였으며 버지니아인들로 남군의 주력 부대가 구성됐다. 남군의 전설적 명장 로버트 리 장군 역시 버지니아 렉싱턴 출신이다.
미국의 살아 있는 역사 그 자체로 불리는 버지니아에서 4년 전 흑인이면서 민주당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의 승리는 미국 역사의 큰 획을 긋는 사건이었다.
오바마가 버지니아에서 4년 전 승리를 재현하며 백악관을 수성할 것인지, 아니면 롬니가 버지니아의 공화당 강세 전통을 되살리며 백악관 입성의 꿈을 이룰지 역사적 승부는 이제 몇시간 뒤면 판가름나게 된다.
[뉴스핌 Newspim] 장도선 기자 (jds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