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에는 현지통화 표시 채권 사들여
선진국이 계속 초저금리에다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면서, 전 세계 투자자들이 신흥시장채권으로 움직이고 있다. 금리 격차에다 환율 전쟁에 따른 환 차익 기회가 열렸다는 판단 속에 최근에는 현지통화 표시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글로벌 머니 무브'의 첨단에 있는 신흥시장 채권과 통화의 현 주소를 진단한다. <편집자 註>
[뉴스핌=김사헌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유럽중앙은행, 일본은행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쏟아부으면서, 더이상 금리에 만족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신흥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신흥시장 채권과 상장지수펀드(ETF)에 주목하는데, 이 자산은 품질이 높을 뿐 아니라 자본이득이 큰 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금리격차와 환차익 등을 통해 고수익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 있다.
최근 딜로직(DeaLogic)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지역 현지통화표시 채권 발행책이 연초 이후 5290억 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전체 발행액인 4820억 달러를 벌써 훌쩍 뛰어 넘었다고 발표했다.
이런 물량 중 상당 부분을 해외투자자나 기관이 쓸어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발행액 중 회사채가 4446억 달러에 달했고, 이 중 대부분은 투자등급 회사채였다.
선진국에 비해 2%포인트 이상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이 지역 발행채권은 블랙록 등 유수한 글로벌 투자기관이 꾸준이 매입하고 있다고 지난 1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또 지난달 JP모간 신흥시장채권펀드는 현지통화표시 채권 비중을 꾸준히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멕시코와 러시아 통화표시 채권이 인기를 누렸다는 소식이다.
1350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TCW도 최근 17%에 달하는 신흥시장 채권 자산 중에서 현지통화표시 채권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 동안 달러화 표시 신흥시장 채권은 인기 속에 가격이 너무 올랐다는 점도 점차 현지통화표시 채권에 눈길을 돌리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JP모간 애샛매니지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최근 주요국 통화 표시 채권은 가격이 많이 올라서, 아직 이런 가격 상승 속도에 뒤처진 현지통화표시 채권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 "신흥시장채권, 아직 잠재력 크다" 한 목소리
앞서 지난달 24일 미국 네드데이비스리서치와 TCW의 분석가들은 "신흥시장 채권이 아직 큰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제기했다.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가장 강력한 성과를 낸 펀드는 파워셰어즈 이머징마켓 소버린 데트(PowerShares Emerging Markets Sovereign Debt)로, 올해들어 19%의 투자수익률을 기록했으며, 최근 1년 동안 수익률을 22%에 달했다.
이 기간 바클레이즈의 미국 채권지수는 각각 4% 및 5% 중반의 수익률을 나타냈고, 모닝스타의 신흥시장 채권ETF의 경우 각각 10%에 가까운 투자수익률을 시사했다.
아이셰어즈(iShares)의 JP모간 미국달러화 표시 신흥시장채권 펀드는 올들어 15.4%, 연간으로는 18.5% 투자수익을 냈으며, 마켓벡터스의 신흥시장 현지통화표시 채권ETF는 각각 12.4% 및 10%의 투자수익률을 기록했다.
네드데이비스 등은 몇 가지 근거로 신흥시장채권에 계속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먼저, 네드 데이비스의 분석가는 내년 신흥시장 경제 성장률이 강화될 경우 신흥시장 통화가치가 강세를 보일 것이므로 달러화표시 채권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시장시장채권은 미국 국채 수익률 대비로 475bp의 가산금리가 붙어 있는 데다, 위험도 분산되어 있고 투자수익의 원천도 다양한 것으로 평가된다.
TCW의 경우 지난 10년간 평균 투자수익과 변동성을 고려할 때 글로벌 채권 포트폴리오에 신흥시장 현지통화표시 채권을 19% 정도 분배하는 것이 연간 200bp의 추가 수익을 가져다 주는 반면 변동성은 100bp 정도 줄여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분석가들은 또 신흥시장 채권이 대부분 투자등급으로 품질이 높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게다가 지금 신흥시장 국가들은 선진국에 비해 경제성장 잠재력이 크고 경상적자가 작고 정부 채무도 낮은 수준으로 평가했다.
TCW 분석가는 "선진국은 과도한 양적완화로 인해 마이너스 금리가 형성되는 등 금융억압 상태지만, 신흥시장 현지 채권시장은 시장 주도의 공급과 자금조달 수요 때문에 실질 금리가 플러스 상태"라는 점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들 분석가들은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 때문에 주요 기축통화 가치가 평가절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중요한 근거로 제기했다.
특히 선진국의 팽창적 통화정책은 글로벌 상품 가격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신흥시장에 유리한 여건이 되며, 최근에는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조짐이 있기 때문에 자산군으로써 신흥시장의 아웃퍼펌(outperform)이, 특히 현지통화표시 채권에서 강하게 기대된다고 TCW의 분석가는 주장했다.
실제로 최근 투자자들은 신흥시장 회사채 등을 추적하는 상장지수펀드의 매력에 푹 빠졌다.
아이셰어즈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신흥시장 채권 ETF에는 모두 155억 달러의 투자풀이 형성됐는데, 올해 새롭게 편입된 자산만 60억 달러에 달한다. 거래가 이루어지는 57개의 ETF 중에서 20%는 올해 새로 도입된 펀드다.
또 바클레이즈는 올해 5월 현재 신흥시장 회사채 시장 규모가 순자산가치 기준으로 1조 달러에 달해, 미국 정크본드(고수익채권)시장과 같은 자산시장 규모를 형성했다고 평가했다.
◆ 재정절벽, 중국 경제 여건 등 위험요인 피하기 기다려
한편, 유럽의 채무 위기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미국이 '재정절벽' 위험에 노출되고 있고 나아가 일본의 높은 채무 비율도 경고의 대상이 되고 있어 신흥시장이 상당한 위험에 노출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변화에 민감한 일부 전문가들은 유럽 위기가 해결조짐을 보이고 있고 특히 미국 대선 이후 '재정절벽'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는 점에서 신흥시장채권이 다시 주목받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그 동안 신흥시장 채권은 유럽 위기와 글로벌 경기 둔화 그리고 위험 시기의 미국 달러화 강세 등으로 인해 충분히 매력을 발산하지 못하고 억눌려 있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신흥시장 전략가들은 현지통화표시 채권을 매입할 때는 매우 선별적으로, 성장세가 견조하고 재정 운용이 안정적인 곳에 집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