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이 계속 초저금리에다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면서, 전 세계 투자자들이 신흥시장채권으로 움직이고 있다. 금리 격차에다 환율 전쟁에 따른 환 차익 기회가 열렸다는 판단 속에 최근에는 현지통화 표시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글로벌 머니 무브'의 첨단에 있는 신흥시장 채권과 통화의 현 주소를 진단한다. <편집자 註>
[뉴스핌= 김사헌 기자] 주요 선진국들이 잇따라 경기부양을 위해 돈보따리를 풀자 글로벌 자금시장과 원자재시장이 들썩거렸다. 글로벌 환율 전쟁이 재연되고, 핫머니가 금과 신흥국 채권, 주식 등으로 쏠리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등장했다.
이에 따라 일부 금융당국은 거시건전성 규제와 외환시장 개입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어, 신흥시장 채권에 주목하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변수가 되고 있다.
영국과 유로존에 이어 미국과 일본 등 이른바 'G4' 중앙은행이 일제히 양적완화 정책을 내놓으면서, 브라질 등 주요 신흥국의 환율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글로벌 외환시장의 전문가들은 곧바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들이 시장 개입에 나설 것이란 관측을 내놓기 시작했다.
실제로 최근 금융 위기에 이은 유럽 채무 위기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자금흐름은 '선진국에서 선진국으로' 크게 흘러갔고, 여기서 손실위험이 부쩍 증가했다. 유럽은행들이 미국 모기지담보부증권(MBS)를 매입한 것이나 미국 머니마켓펀드(MMF) 자금이 유럽은행들의 조달을 통해 유럽으로 유입된 것이 특징적이다.
위기를 경험한 개도국이 외환보유액을 천문학적 규모로 쌓으면서 이들 경제의 저축이 선진국 외화자산으로 흘러들었다.
선진국의 일방적인 양적완화 정책은 통화 가치의 변동성을 유발하고, 이를 통해 신흥국이 대외수출을 줄이고 내수경제로 전환하게 만드는 핵심 정책수단으로 활용되는 실정이다. 이는 당연히 선진국에 유리한 정책이고 이 정책의 부담을 받아들여야 하는 신흥국들의 반발이 거세다.
환율 변화로 보면 QE2가 촉발한 '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했고 영국과 중국이 '패배'했다. 이어 연준의 QE3 발표 전후로 미국 달러화는 G10 통화들 중 가장 약세를 보이고 있어 미국이 이번에는 승리할 조짐이 보인다.
선진국 경제는 대부분 수요 감소나 제약에 힘들어하고 있지만, 일부 신흥국은 선진국과는 다르다. 값싼 제품 수요나 상품시장의 투기 등으로 가동률이 거의 한계에 올라있는 경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금리인상을 단행해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깊다.
이 때문에 일부 신흥국들은 거시건전정 규제 차원에서 채권 및 외환시장에서 일부 자본통제를 실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이 같은 정책이 최근 신흥시장에 주목하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미칠 영향을 감안한다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