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이 계속 초저금리에다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면서, 전 세계 투자자들이 신흥시장채권으로 움직이고 있다. 금리 격차에다 환율 전쟁에 따른 환 차익 기회가 열렸다는 판단 속에 최근에는 현지통화 표시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글로벌 머니 무브'의 첨단에 있는 신흥시장 채권과 통화의 현 주소를 진단한다. <편집자 註>
[뉴스핌=유주영 기자] 미국 등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 발표, 신흥국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 전망 등에 따라 내년까지 신흥국 통화는 선진국에 비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외환시장은 점차 선진국통화의 인기가 줄어들면서 다극화되고 있고, 이 같은 현상은 글로벌 머니의 움직임을 반영한다.
또한 주요선진국들이 경기부양에 나서자 원자재시장이 들썩거리는 것을 물론 글로벌 환율전쟁이 재연되고 있다.
최근 영국계 글로벌 씽크탱크인 옥스퍼드 애널리티카(Oxford Analytica)는 4분기에 신흥국 경제가 5% 이상 빠르게 성장할 것인 반면 선진국 경제는 1.5%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 같은 성장률 격차에 따라 신흥국 통화 강세가 전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옥스퍼드 애널리티카는 신흥국 통화가 내년까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 한편, 이것이 외국인투자 과잉유입, 원자재가격 상승 등 일시적인 요인에 의한 강세일 경우 급격한 조정 가능성에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 글로벌FX 투자, 신흥국 통화 인기 몰이
전 세계 외환시장 거래가 침잠하고 있지만, 여전히 고수익통화를 찾는 '와타나베 부인'의 발걸음은 바쁘다.
외환시장의 일본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터키 리라화와 브라질 헤알화에 이어 러시아 루블화에 손을 뻗고 있다.
높은 수익률을 찾아 전 세계를 떠도는 일본 가계 예금은 이제 ‘와타나베 부인’의 손을 통해 러시아에 애정 공세를 펼치고 있다. 전 세계 금리 수준과 통화 가치를 비교해 봤을 때 러시아 채권이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떠올랐다.
멕시코 페소가 루블화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또 키위(뉴질랜드) 달러, 인도네시아 루피화 같은 다른 통화도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
한편, 외환 딜러나 매니저들의 수익률을 평가하는 이른바 '파커 지수'는 지난해 평균 6%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실을 기록한 이유는 대부분 유로 매도 포지션을 고수했지만 상대적으로 유로가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지난 2년간 위기 고조로 시장이 외환 시장이 큰 폭의 변동성을 경험했지만 이제는 변동성은 낮아지고 환율 거래 밴드 역시 축소되면서 투자자들이 시장에 대처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하지만 최근 외환 시장에서의 수익률이 다소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투자자들이 유로화를 중심으로 한 단순 매매에서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ECB가 위기에 처한 국가들의 국채 매입을 포함해 필요한 수단을 모두 동원하겠다고 밝힌 '드라기 풋'으로 시장의 안정화를 기대하는 반응이 고조되면서 점차 시장의 초점이 유로존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럽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지난 7월 ECB가 금리를 사상 최저치로 인하한 뒤에 유로화 조달을 통한 '캐리트레이드' 기회를 찾아나섰지만, 이 거래가 쉽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최근 씨티그룹 외환데스크가 내놓은 보고서는 유로화 조달을 통한 캐리트레이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아직 이 전략에 대한 관심이 앞으로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여지는 남아 있지만 상황은 어려워 보인다고 이 보고서는 결론내렸다.
◆ 위안화 국제화, 멕시코 페소 인기
이 가운데 중국 정부가 위안화 국제화와 무역거래에서 위안화 사용 촉진에 나서고 있다.
지난 8월 중국과 대만이 위안화와 대만 달러로 직접 무역 결제를 할 수 있도록 무역결제 협약을 체결한 것을 비롯 위안화 중국 정부가 싱가포르 은행 중 한 곳을 위안화 결제은행으로 허가한 것이다.
홍콩은 위안화 역외 허브의 주요 거점이다. 런던은 아시아 외 지역에서 런민삐의 거래 센터가 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홍콩에 의존할 수 밖에 없고 이는 결국 위안화의 태환성등 중국 정부의 통제에 달려있다.
한편, 눈부신 경제성장과 재정 긴축을 바탕으로 선전해온 남미 통화들은 최근에는 엇갈린 길을 가는 모습이다. 멕시코 페소에 대한 베팅이 늘어나는 반면 브라질 레알화 매입 속도는 둔화되는 추세다.
이 같은 엇갈린 양상은 내년도 양국 성장 전망 차이에서 드러나는데, 내년도 멕시코의 성장률은 브라질을 앞지를 전망이다. 멕시코가 외환시장 개입을 꺼려하는 반면 브라질은 그렇지 않다는 점도 작용했다.
[뉴스핌 Newspim] 유주영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