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중앙은행이 유동성으로 불붙인 주가 상승이 종료 시점을 맞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핌코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최고경영자(CEO)는 12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Fed)의 3차 양적완화(QE)와 유럽중앙은행(ECB)의 무제한 국채 매입으로 인해 자산시장이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강세장을 연출하고 있지만 인위적으로 부풀려진 가격이 계속 유지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앙은행은 투자자들의 동물적 감각을 자극해 이른바 '부(富)의 효과'를 일으킴으로써 실물경기 회복의 선순환을 이끌어낸다는 계획이지만, 의도하는 결과를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유럽을 필두로 중앙은행의 팽창적 통화정책은 일종의 전염을 일으키고 있다. 브라질을 포함한 이머징마켓 중앙은행도 금리인하에 동참하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이는 최선의 정책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 아니라 연준과 ECB의 움직임에 따른 파장을 피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고 엘-에리언은 주장했다.
또 글로벌 주요국 중앙은행이 일제히 통화완화에 나서는 움직임이 대부분의 자산시장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지만 펀더멘털과 자산 가격의 괴리가 영원할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중앙은행이 고도로 정교화된 정책 수단도, 다른 국가의 대대적인 지지도 확보하지 못한 채 유동성 공급에 나설 경우 자산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간과 상승폭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특히 공격적인 금융 완화로 기대를 충족시킬 만한 실물경기 회복을 이끌어내지 못할 때 자산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받게 된다고 엘-에리언은 강조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이른바 ‘버냉키-풋’에 편승한 베팅을 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리스크 관리와 광범위하게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발생한 괴리가 해소되려면 경제 펀더멘털이 대폭 강화되거나 자산 가격이 하락해야 하는 상황이며, 궁극적으로 투자자들이 맞게 될 결과는 정책자들의 행보를 통해 엿볼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 용어설명 ‘버냉키 풋’이란
'그린스펀 풋'에서 차용한 개념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과거 자산시장의 파티 혹은 과열이 이어질 때 금융완화 여건, 즉 파티인들이 마시는 '펀치보울'을 치우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특히 위기적인 상황일 때 금융자산 가격이 하락하지 않도록 금리를 인하하곤 했는데, 그의 이런 방식은 투자자들이 손실을 억제하기 위해 '풋옵션'을 걸어두는 것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린스펀 풋'이란 용어가 생겨났다.
당시 연준리 이사였던 벤 버냉키는 그린스펀보다 더욱 이 같은 방식을 선호했고 또 대공황에 대한 연구를 통해 학문적인 배경도 확고했는데, 특히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상황에 대해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듯이 유동성을 투입했어야 한다고 회고해 '헬리콥터 벤'이란 별명을 얻는다. 그는 그린스펀을 이어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되면서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내리고 자산을 매입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구사했다.
이런 점에서 '그린스펀 풋'과 마찬가지로 '버냉키 풋'도 투자자들이 하락장에서 손실을 줄이기 위한 투자수단으로 사용하는 풋옵션에 빗댄 표현이다. 엘-에리언은 최근 연준이 실시한 제3차 양적완화(QE3)를 이것으로 비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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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