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 4년래 최저치, 해외매니저들 '기회다'
[뉴스핌=김사헌 기자] 중국 상하이주가지수가 지난 수요일 장중 2000선 아래로 떨어지면서 근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자 시장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27일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급락하는 증시를 정부가 부양할 것이란 관측으로 3%나 급등했지만, 최근 위기의 선진국 증시가 급등하는 반면 잘 나가는 신흥대국인 중국 증시가 급락하는 엇갈린 추세의 배경을 납득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 26일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2009년 2월 이후 처음으로 장중 2000선 아래로 떨어졌다가 간신히 2004.17로 2000선을 사수하며 거래를 마감했다.
중국은 경제가 생각보다 빠르게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단의 부양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 데다 유럽 부채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 투자자들의 실망감을 유발한 것으로 판단된다. 10년 만의 권력교체를 앞둔 불확실성도 부담스럽다.
중국 증시는 폭과 깊이가 작고 얕은 데 비해 막대한 상장 및 증자 물량이 넘치고 있지만 배당은 작다. 게다가 금융 위기 발생 이후 글로벌 자금 유입 흐름이 역전되고 있어 힘이 실리지를 않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국 금융시장은 내외 자본 유출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런 여건은 금융 위기가 발생한 뒤 폭락했던 선진국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중국 증시의 움직임을 대조적인 배경의 일부를 설명해 준다.
※출처: Bloomberg 차트 |
지난 5년간 상하이주가지수는 무려 66%나 폭락했고, 최근 3년간 하락폭은 27%에 달한다. 올들어서도 9% 가까이 하락했는데, 올해 하락한 증시는 스페인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이에 비해 미국 증시는 바닥에서 두 배 이상 상승했으며, 올들어 S&P500 지수 상승률은 14%에 이른다.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지수가 7% 이상 올랐고 영국 FTSE 100지수가 5% 상승했다. 독일 DAX는 무려 26%의 폭발적인 장세를 선보이고 있다.
◆ 실망스러운 경제 여건, 기업 수익성도 약화
중국 경제는 약 7~8% 수준의 연간 성장률을 유지하고있지만, 위기 전의 두 자릿수 성장률에 비하면 크게 둔화된 모습이다. 과거에는 빠른 경제 성장률이 지속되지 않으면 곧바로 경기 부양책을 제공하던 중국 정부는 최근에는 정책 운용에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올해 중국 인민은행(PBoC)이 두 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했고 지난해 11월부터 지급준비율도 3차례 인하했지만, 상반기 이후 이 같은 완화정책을 더 내놓을 것이란 기대가 후퇴하고 있다. 인프라 투자의 조기집행을 승인하는 식으로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기는 하지만, 투자자들의 신뢰를 크게 얻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수익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중국 증시에 큰 악재로 판단된다.
27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8월 중국 공업부문의 기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6.2% 감소, 7월의 5.4% 감소율보다 빠른 악화 추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1월부터 8월까지 누적 이익은 3조 597억 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줄어들었는에, 이는 앞서 발표된 1월~7월 누적 기업이익 감소율 2.7%보다 가속화된 것이다.
※출처: 중국 국가통계국 |
HSBC의 분석가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는 연착륙하는 분위기지만, 이미 기업 실적 쪽은 '붕괴' 혹은 '경착륙' 양상을 보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전체적인 경제와 기업 실적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실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경우도 S&P500 우량기업 실적이 3분기에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지만, 올해 전체로 보면 여전히 9% 가까이 개선 추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게다가 중국은 증시가 성장해 나가면서 계속 새로운 기업 상장 및 증자 공모가 뒤따르고 있어 물량 희석이 큰 반면, 미국 대기업들은 양호한 실적과 유동성을 바탕으로 자사주 매입과 배당 증액에 나서고 있다.
◆ 중국서 자본 이탈, 개인도 고수익 대안 투자 찾아
중국 경제전망이 후퇴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나 기업은 중국으로부터 자금을 빼가고 있다는 징후도 이미 발견됐다.
지난 8월 인민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7월에 중국 은행들이 외환시장에서 38억 위안을 순매도했다. 무역흑자로 벌어들인 돈이 환전되지 않았음은 물론, 일부는 중국 위안화를 빼서 달러화로 자금을 빼내갔다는 말이다.
중국 은행들은 최근 10개월 동안 5개월 달러화를 순매도하고 위안화를 1450억위안 매수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무역수지 흑자가 9050억위안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현저하게 작은 규모다. 참고로 2008년 첫 10개월 동안 중국 은행권이 순매수한 위안화 규모는 3조 6000억위안에 달한다.
※출처: 인민은행, 해관총서, WSJ에서 재인용 |
무역흑자와 외국인직접투자는 곧 한 나라로 외국자본의 유입 규모를 뜻하는데, 과거에는 위안화 평가절상 기대가 강했던 만큼 이 유입된 자금이 곧 위안화로 환전됐다. 중국 은행들의 월간 외환매매동향이 이런 거래의 결과를 보여주는데, 유입된 자본에 비해 은행의 외환매수가 부족한 것은 곧 투기자금의 이탈 혹은 기업들의 달러화 보유 추세 등을 의미한다.
경제성장과 위안화 평가절상 기대가 강했던 앞서 10년 정도는 무역 흑자가 모두 위안화로 환전되고 나아가 투기적인 자금의 유입도 커서 관리가 되지 않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역전된 모습이다. 중국인 자금은 홍콩의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싱가포르, 샌프란시스코, 런던 부동산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미국 금융 위기 이후 막대한 유동성이 방출됐지만 이들 자금은 미국 내 지준으로 쌓이거나 안전자산으로 이동했다. 유럽 부채 위기까지 겹치면서 금융시장의 충격이 강화되자 '안전자산'으로 도피가 더욱 심화되었고 중국에서도 자금이탈을 유발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 가운데 중국 개인투자자들도 주식시장을 떠나 해외부동산이나 안전한 외화자산을 보유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하 사채금융으로 흘러들어가는 돈도 제법 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 규제 완화, 기업에만 유리.. 새 지도부, 외국인 자금 재유입에 '희망'
게다가 중국 금융당국이 최근 수년간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추세이지만, 그에 따른 이익을 주로 기업으로 흘러갔다.
금융시장 개혁 노력도 진행됐지만 외국인 투자 제한은 여전한 상황이고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혜택이 별로 돌아가지 않았다. 기업들은 배당금 지급을 늘리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HSBC는 분석 보고서에서 "상장기업들이 증자는 마구잡이로 하면서 주주들의 배당 지급은 인색하게 해 대중적인 비판 정서가 형성됐다"고 지적했다. 주로 국유기업인 대기업들의 주식 발행이 늘면서 이익을 보는 것은 중국 정부와 증권사 뿐이었다. 개인투자자들은 도외시됐다.
이런 상황에서 10년 만에 새로운 지도부로의 교체는 투자자들에게는 한 줄기 희망으로 남는다.
후진타오 주석이 이끄는 지도부는 새 지도부를 위해 쓸 수 있는 정책을 아껴서 넘겨주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새 지도부의 구성과 함께 경제적 우려는 곧장 정책 1순위 해결과제로 등장할 것이며, 다양한 투자자 혜택도 제공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 경제가 최근까지 외수의 급감에 무력했지만, 점차 내수가 부양되고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있고, 여기에다 새 지도부의 의욕적인 구조개혁과 규제 완화 그리고 이를 예상한 외국인 투자 자금의 재유입 등이 겹친다면 내년 하반기 정도에 중국 증시는 다시 날아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26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외국계 펀드매니저들이 최악의 성적을 보이고 있는 중국 증시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최근 주가 폭락은 저가매수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상반기에만 증시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이 5.3조 달러에 이르지만, 아직도 외국인 비중은 1% 미만이다. 최근 중국 정부는 증시 움직임이 저조하자 적격외국인기관투자자(QFII) 승인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2002년 이후 308억 달러의 쿼터가 승인되었는데. 그 중에서 1/3 이상이 올해 승인된 것이다.
이날 정국 정부의 증시 부양책이 나올 것이란 루머와 함께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수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소식은 상하이종합주가지수를 3% 급등하게 하는 재료가 됐다.
※출처: WSJ에서 재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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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