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관리는 친환경 생태문화 관광지로..볼라벤때 창문에 신문지 붙이고 맘졸여
[뉴스핌=이경호 기자] "미국식 바우처 제도도 좋습니다. 하지만 현재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제도에다 바우처까지 중복해 주는 것은 한번 들여다봐야 합니다."
최근 경기도 과천 한 음식점에서 만난 한만희 국토해양부 차관. 한 차관과 인연도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를 만나 거친 이슈는 제껴두고 소소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선 관심을 가진 주제는 시대의 화두인 복지. 주거복지 수단인 임대주택공급 제도와 바우처(쿠폰지급) 제도에 대한 그의 생각은 명쾌했다.
자력으로 주거수단을 마련하지 못하는 저소득층의 주거문제를 국가가 나서 해결해 주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이자 복지라는 것이다.
MB정부 들어 많이 회자된 미국식 주거복지모델인 바우처(쿠폰지급)제도에 대해 한 차관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과잉 또는 무상복지'에 대해선 경계했다. 우리나라의 주거복지 모델인 임대주택공급 제도가 있는 상황에서 바우처까지 더하는 것이 오히려 과잉 복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바우처 제도 자체의 부작용도 우려했다. 한 차관은 "미국식 복지모델인 바우처는 당초 그 쓰임대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용도로 전용되는 경우가 많아 사회 문제화되기도 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지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우선 시범사업으로 바우처를 실시해 보고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한 차관은 강조했다. 하지만 내년 예산에도 시범사업 예산은 편성되지 않았다. 한 차관은 "예산이 있으면 시범적으로 해볼만 한데 예산이 배정되지 않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사실 바우처 제도는 MB정부 출범 초기부터 도입키로 했던 정책.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매년 시범사업 예산조차 배정하지 않아 시도도 못해보고 사장된다. MB정부 초기 또 다른 주거복지 모델로 제시됐던 '바우처'제도는 시도조차 못하고 물건너가게 된 셈.
대화는 한때 뜨거운 '감자'였던 4대강으로 흘러갔다. 한 차관은 "국가하천이라고는 하지만 그동안 지자체에 예산을 주지 않았다"며 "그러나 이제 4대강 관리 예산으로 2000억원이 편성돼 하천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실 4대강 사업을 추진할 당시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것은 수 조원의 4대강 공사비 뿐 아니라 계속 발생하는 4대강 관리비. 한 차관의 설명대로 연간 2000억원으로 홍수도 예방하고 강 주변도 친환경 문화공간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
한 차관은 "영국에서 공부할 당시 우리나라 돈으로 수 조원을 들여 공공공간의 잔디를 관리하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며 "영국 사람들은 세금으로 환경과 문화를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금으로 더 좋은 환경과 문화를 만들어가자는
것이 그의 주장인 셈이다.
국민분열을 초래한 4대강 공사는 이미 끝났다. 앞으로 과제는 4대강을 얼마나 잘 관리하고 활용하는 것에 달려 있다. 한 차관은 "개인적으로 4대강 주변을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많다며 개발권을 달라고 농담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사실 지자체에서 4대강을 활용하면 많은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지자체에서 범국민적 레저 및 스포츠로 떠오른 캠핑장과 야구장을 4대강 주변에 설치해 운영하면 좋겠다는 것. 이렇게 하면 운영수입 뿐 아니라 관광객 유치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한 차관의 말은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에 배낭을 싣고 하이킹과 캠핑을 하며 4대강을 따라 여행을 해봐야 겠다"는 옛 생각을 다시 불러 일으켰다. 산업혁명으로 자동차가 생겨나기 전 옛 도시는 물길 따라 형성이 됐다. 때문에 4대강 주변에 역사 유적지가 많으리라. 강 따라 하이킹과 캠핑을 하며 옛 도시의 정취를 맛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관광상품이 될 것인가. 내국인 뿐 아니라 외국인에게 4대강은 한국의 고유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레저와 생태, 문화를 결합한 관광 종합선물세트인 셈이다.
대화의 흐름은 4대강에서 주요 관심사인 태풍으로 마무리됐다. 한 차관은 "이번 볼라벤이 들이 닥쳤을 때에는 집에 가보니 아이들과 집 사람이 창문에 신문지를 붙이고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며 "과거와 비교해 보면 지금은 너무 과하게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을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이 있냐"고 반문했다.
그는 "지난 일요일에도 저녁 9시 넘게 대기하며 태풍으로 인한 피해상황을 지켜봤다"며 "이번 태풍에 대한 사전 대응태세를 보면서 국민들도 많은 것을 깨닫았을 것"이라며 말을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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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이경호 기자 (victori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