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후 3년 동안 10% 가량 상승 예상
[뉴스핌=김사헌 기자] 지난 6년간 하락세를 지속해 온 미국 주택가격이 진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의 장기간 주택가격 하락은 그 동안 무려 7조 달러(7900조 상당)의 부를 증발하면서 은행 재무구조를 박살내고 2차 대공황을 유발했으며, 지금도 미국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사라진 부의 규모는 한국 국내총생산(GDP) 4~5년 분에 해당한다.
최근 미국 주요지역 주택가격은 다소 머뭇거리는 행보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본격적인 회복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다수의 경제전문가들이 앞으로 몇 년 동안 10% 내외 상승 전망을 내놓고 있다고 미국 금융주간지 배런스(Barron's Online)가 8일자 최신호에서 전했다. 특히 에너지 개발 호황을 등에 없은 중부의 텍사스, 비스마크(노스다코타) 등 대도시의 주택가격은 20% 넘게 급등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출처: S&P/Case-Shiller, Local Market Monitor. 배런스에서 재인용 |
이 같은 주택가격 상승 전환 시점은 이미 지난 3월에 배런스가 커버스토리로 기사화한 시점과 일치했다. 최근 대표적인 미국 주택가격 동향지표인 S&P/케이스-실러 20대 도시 주택가격지수는 6월에 월간 2.3% 상승했다. 또 전국주택가격지수는 2분기에 1분기보다 6.9%나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2010년 여름 이후 처음으로 2분기 주택가격이 전년동기 대비로 1.2% 상승 기록을 세운 점에 주목하고 있다. 2009년에서 2010년으로 넘어갈 때 주택가격 상승은 최초주택구매자에 대한 감세 정책의 효과였기 때문에 의미가 적었지만, 지금은 '진짜' 주택가격 상승세로 보인다는 말이다.
◆ '진짜 회복세 개시'… V자 회복은 아직, '걸림돌 여전'
데이빗 블리처 S&P 다우존스지수 위원회 회장은 주택가격지수 결과를 본 뒤 "V자 회복은 아니겠지만 내년까지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는 진짜 회복세가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S&P/케이스-실러와 마찬가지로 주택가격를 집계하고 있는 시장조사업체 코어로직(CoreLogic)에 따르면, 주택가격 상승세는 7월과 8월에도 이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코어로직의 발표에 따르면 미 전국 주택가격은 7월에 3.8% 오른 뒤 8월에도 4.6%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 지수 상승률은 매매계약에 기반한 것이기는 하지만, 추세는 확실한 것으로 판단된다.
코어로직의 어낸드 낼라탐비 최고경영자(ECO)는 "올 여름 미국 주택가격은 6년 만에 랠리를 구가했다"면서, "비록 2012년 전체로 보면 좀 더 완만해지겠지만, 주택시장이 터널 끝이 확실히 보이기 시작했다"고 고무적으로 말했다.
한편, 배런스는 미 주택시장의 회복에 상당한 걸림돌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른바 '그림자 재고(shadow inventory)'라고 부르는 차압 단계에 있거나 연체일이 최소 90일이 넘은 주택모기지가 310만 건에 달한다는 점이 문제다. 이는 미국 전체 주택담보대출 5000만 건의 6%에 달하는 수치. 정상적인 부동산시장이었다면 부실부동산대출은 약 2% 수준이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주택가격이 담보가치 이하로 떨어진 이른바 '깡통(under water)' 주택의 수가 1300만 채에 달한다는 점도 어려운 해결과제다. 깡통주택 소유자들 다수는 모기지 상환을 계속하고 있지만, 상당 수 소유주들이 '전략적 파산'을 선택할까 하는 유혹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그 동안 주택가격 하락폭이 전국적으로 고점보다 1/3가량 될 정도로 워낙 극심하다보니, 가격이 상당수 시민들이 2006년 구입했던 가격 수준을 회복하려면 무려 50% 이상 폭등해야 가능한 상황이다. 앞으로 이 정도 주택가격 상승을 기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일례로 피닉스의 주택가격은 최근 14.4%나 올랐지만, 고점대비 하락 폭을 55.9%에서 49.6%로 줄였을 뿐이다. 일부 가격이 폭락한 캘리포니아 주택지역의 경우 고점을 회복하려면 수십 년이 소요될 것이란 관측이다.
참고로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잰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그림자재고'가 내년까지 해소될 경우에 한해 2014년까지 약 10%의 주택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는 실질 임대율, 낮은 모기지금리, 꾸준한 고용시장 회복과 은행신용의 개선 등을 부동산시장의 호재로 판단했다.
좀 더 낙관적인 입장인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로렌스 윤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올해 5%, 내년 5%의 주택가격 상승률을 예상할 정도로 현실적이 됐다. 다만 윤 수석은 차압주택 판매와 '숏세일'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고, 미국 인구 증가 규모에 비해 주택공급이 절반 정도로 작기 때문에 길게 보아 공급 부족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점에 희망을 두고 있다.
한편, 20년 전부터 모기지보증회사의 재무부서에서 일하며 주택시장 가격을 추적해 온 '로컬마켓 모니터'의 대표인 잉코 윈저씨는 올해 7월부터 앞으로 3년 동안 전미 주택가격은 7% 가량 상승할 것이란 보다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지역별 등락 전망은 엇갈리게 제시했다. 그는 텍사스와 같은 지역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무려 49%에 달할 것이며 휴스턴이 26%, 미스마크도 20% 상승률을 예상했다. 반면 과잉 공급 상황인 플로리다주는 약세를 지속할 것이라면서 이 지역의 포트세인트루시가 14%, 파나마시티 7% 그리고 펜서콜라도 6% 각각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출처: Local Market Monitor, 배런스에서 재인용 |
※출처: Local Market Monitor, 배런스에서 재인용 |
▶글로벌 투자시대의 프리미엄 마켓정보 “뉴스핌 골드 클럽”
[뉴스핌]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