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영화 사상 최초 수상…흥행 가능성도 주목
[뉴스핌=노종빈 기자] 김기덕 감독의 18번째 영화 '피에타'가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한국 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로 손꼽히는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독일 베를린 국제영화제, 이탈리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자가 직접 본 '피에타'는 김기덕 영화의 3대 특징인 잔인한 폭력성이 점철된 스토리와 극화같이 빠르고 숨가쁜 전개, 그리고 저예산 영화가 보여주는 특유의 투박함이 잘 나타난 영화였다.
◆ 스크린 앞 폭력성에 길들여진 관객들
영화 '피에타(Pieta)'는 라틴어로 '신이여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의미로 미켈란젤로의 유명 조각상 이름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이다.
피에타의 의미는 이 작품이 말하고 싶은 주제어이자, 영화 속 모든 등장인물들이 간절히 신에게 전달하고 싶은 기도문으로 읽힌다. 한국영화지만 라틴어 제목을 선택, 베니스 영화제가 열리는 이탈리아 현지 관객들에게도 신선하고 친근하게 느껴질 듯하다.
영화는 잔인하고 악랄한 불법사채 추심업자인 '강도(이정진 분)'에게 어느 날 엄마라고 주장하는 '미선(조민수 분)'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얘기를 다룬다.
여자는 알 수 없는 모성애로 강도의 주변을 배회하고 강도는 여자의 정체를 끊임없이 의심하지만, 이내 그의 존재를 인정하고 처음으로 '엄마'가 베푸는 사랑에 점차 마음을 열게 된다.
하지만 급격히 가까워진 두 사람의 관계는 결국 엇갈린 복수와 원죄의 그림자 속에서 균열되고, 영화는 급격한 파국으로 흐른다.
김기덕 영화가 그렇듯 이번 영화의 가장 큰 특징 역시 '잔인성과 폭력성'이다.
하지만 최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영화들 속에서 폭력성은 마치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만큼 이번 영화제 심사위원들 뿐 아니라 영화를 함께 본 관객들도 모두 폭력성에 길들여진 듯한 느낌이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도 이같은 점을 잘 파고 들어간다. 활극 영화와 같은 액션은 없지만 폭력 묘사의 사실적인 잔인성이 더 아프게 느껴진다.
시나리오와 연출을 동시에 맡은 김 감독은 이 영화의 메시지에 대해 "자본주의의 황폐함과 그 안에서 인간 존재의 구원 가능성을 묻는 질문"이라고 해석하며 "현대 사회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식인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작품의 변을 대신했다.
◆ 이정진 '냉혈한' 캐릭터 변신 주목
영화 피에타는 저예산 영화의 특성에서 흔히 볼 수 있듯 각각의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너무 살아있다는 느낌을 줬다.
캐스팅은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등장인물들의 연기가 돌출되며 맞부딪치는 듯한 느낌은 아쉬웠다.
영화 초반을 장식한 이정진이 보여준 냉혈적인 캐릭터는 역설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와닿는 부분이었다.
다만 야만적인 캐릭터에서 착한 아들로서의 캐릭터로 급격히 변신하는 과정에서는 스토리적이나 연기적으로 다소 설득력은 부족했다. 예컨대 선량한 모습으로 변신한 그의 미소는 너무 선량해 보였다.
엄마 역할로 열연한 조민수의 경우 농밀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감정의 흐름을 잘 표현하면서, 연기의 원칙론에 충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영화 상의 스토리 전개에서의 설득력을 보여주는 것에는 성공했으나, 연기적 모험을 추구하기 보다는 절제를 선택한 듯한 느낌을 줘 미묘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조연들의 연기들은 대부분 열정적이긴 했지만 이에 비해 돋보이는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주된 이유는 작품에 대한 연기자들 스스로의 해석이 너무 강하게 들어간 듯한 느낌을 줬다.
다만 '훈철'역의 우기홍과 '훈철부인' 역을 맡은 강은진은 여성 관객들에게 어필하는 설정을 잘 소화해냈다.
영화 전반에 등장하는 수위높은 욕설 등은 사실적이긴 했으나 관객을 다소 긴장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였다.
◆ 세계적 영화제 수상 '한국스타일' 공통점은?
김기덕 영화는 저예산 영화 답게 스토리에서 관객들의 많은 공감을 얻는 영화다.
다소 영화적 전개의 투박함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관객은 어느 새 그런 방식을 양해하게 되고 또한 받아들이고 있음을 자각하게 된다. 이 점이 김기덕 영화가 보여주는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잠깐씩 등장하는 다큐멘터리 같은 장면과 다소 인위적인 영상메시지의 전달, 그리고 시간에 쫓기는 듯한, 관객을 기다려주지 않는 듯한 빠른 편집 등은 보는 이의 호흡을 배려하기에 소홀한 듯한 인상을 줬다.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수상한 한국 영화들을 보면 '가장 전통적이고 한국적인 영화'에서 최근엔 '사실적인 작가주의' 영화들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는 자칫 외국 관객들에 '한국영화는 이렇다'는 정형화의 오류를 범하게 할 수 있어 우려되는 부분이다.
그렇게 된 이유는 그동안 한국영화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지만, 최근 다양한 장르의 한국영화가 활발하게 나오고 있어 다소 기대감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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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