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공인 연비 14.6km/ℓ, 기대 이하…소비자 입장에서 실속 따져야
[뉴스핌=김기락 기자] 가족과 함께 타는 자동차, 패밀리 세단이라고 부른다. 당신은 패밀리 세단의 필수 조건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폭스바겐 신형 파사트를 보면, 나 혼자가 아닌 가족을 떠오르게 한다. 패밀리 세단은 운전자 보다 가족이 먼저 만족해야하는 숙명을 갖고 태어난 차다.
이런 점에서 13일 시승한 파사트는 분명 가족을 위한 차다. 운전석과 뒷좌석 등 실내 공간과 트렁크가 대형차 부럽지 않을 정도로 넓기 때문이다.
파사트는 자동차 실내 공간을 결정하는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의 거리가 2803mm다. 이는 현대차 그랜저(2845mm)에 달하는 길이다.
시승 구간은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을 출발해 양평을 다녀오는 100km 구간이다. 파사트에 탑재된 2.0 디젤 엔진과 6단 DSG 자동변속기는 숙성도가 상당히 높은 파워트레인이다.
그러나 BMW 520d, 아우디 A6 2.0 TDI에 적용한 최신 엔진과 비교 시 성능 등 ‘스펙’은 한 수 아래다.
이를 의식한 듯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도 시승회 전 “파사트는 화려한 옵션 등 스펙 보다는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서는 차”라며 자동차 본질에 대해 강조했다.
직접 타봐야 파사트를 알 수 있다는 박 사장의 말대로 에어컨을 최대로 가동하고 2인 1조로 시승에 나섰다. 같은 엔진을 달고 있는 ‘동생급’ 제타 보다 묵직한 느낌이 먼저 다가왔다.
출발한지 1시간쯤 지나 본격적인 국도가 이어졌다. 하남에서 양평을 잇는 굽이진 도로에서 속도를 높여보니 독일차와 다소 거리감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타본 독일차와 느낌은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덩치만 컸지, 가속 및 핸들링 성능도 정교한 맛이 없다. 제조국인 미국차 ‘냄새’를 완전히 지우기 어려웠을 터.
특히 연비 효율은 기대 이하다. 파사트 공인 연비는 14.6km/ℓ(복합 기준)이며 실제 연비는 11.4km/ℓ으로 나타나 가솔린 엔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정차 시 자동으로 시동을 켜거나 끄는 ‘스탑앤스타트’와 제논 헤드램프(HID)가 없으며 선택사양으로도 장착이 불가능하다.
파사트가 독일차라는 간판만 들이대기 보다는 한국 시장에 좀 더 맞출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 하체 및 풍절음이 엔진 소음 대비 큰 편이었다.
특히 90년대에 마르샤에나 달았을 법한 철지난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의 우드그레인 장식(사진)은 이차가 과연 2012년에 출시한 차가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외부 디자인은 만족할 만했지만 실내는 반대였다.
폭스바겐의 자신감일까? 호언장담일까? 폭스바겐코리아가 지목한 파사트의 경쟁 차종은 그랜저다. 아이를 둔 30~40대 국산차 소비자를 끌어오겠다는 복안이다.
그랜저HG240의 경우 내비게이션과 선루프를 포함해도 차 가격은 3390만원이다. 파사트 가솔린 모델과 400만원 차이다. 그랜저의 제품 경쟁력이 만만치 않다.
방실 폭스바겐코리아 부장은 “파사트에 관심을 보인 소비자가 홈페이지 조사 결과 약 3000여명”이라며 “국산차 소비자를 집중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파사트 판매 가격은 디젤 4050만원, 가솔린 3790만원이다. 그랜저를 비롯해 기아차 K7, 한국지엠 알페온, 르노삼성차 SM7 등 준대형차와 시장이 겹치는 것이다. 또 토요타 캠리와 한국닛산이 내달 출시한 신형 알티마 등 수입차와도 직접적인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4050만원이라는 파사트의 판매 가격이 다소 아쉬운 편의사양까지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답은 이제 나왔다. 가격 대비 편의사양이 부족한 ‘깡통 옵션’의 독일차를 사느냐, 아니면 하반기에 쏟아질 4000만원 전후의 수입차를 사느냐의 결정이다. 고민하기 싫으면 그랜저를 사는게 낫겠다
눈높이가 높은 한국 소비자 기준에서 신형 파사트의 호불호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입장에선 맹목적인 독일차 간판 보다 실속을 따져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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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신형 파사트를 50여km 주행한 실제 연비다. 리터당 11.4km면 가솔린 엔진 연비와 큰 차이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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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