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 잡겠다” vs “깡통 옵션차가 감히”
[뉴스핌=김기락 기자] “왜 하필 그랜저죠?” “깡통 옵션 수입차가 감히...” 수입차 업계가 현대차 그랜저를 잡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푸념식의 반응부터 보인다.
당장 이달 말부터 폭스바겐 신형 파사트를 비롯해 내달 닛산 신형 알티마, 혼다 신형 어코드 등 ‘그랜저급’ 수입차가 출시를 앞두고 있어서다. 내수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하반기 수입차의 연속적인 공세가 그랜저를 사면초가에 빠뜨릴 전망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독일차와 일본차 등 수입차 업체가 그랜저급 신차를 통해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올초 토요타가 캠리의 경쟁 차종으로 그랜저를 지목한데 이어 폭스바겐 신형 파사트, 닛산 신형 알티마, 혼다 어코드 등 신차가 하나같이 그랜저를 잡겠다고 나선 것이다.
특히 토요타를 비롯해 복수의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매월 1만대 수준으로 팔린 그랜저 판매량의 10% 정도를 수입차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랜저와의 본격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토요타 캠리는 올들어 7월까지 총 3292대가 판매됐다. 지난달은 439대가 팔려 수입 베스트셀링카 2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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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그랜저 판매량은 1월 6984대, 2월 9337대로 치솟았으나 3월부터는 하락세다. 지난달 그랜저 판매량은 올해 최저 수준인 6788대에 그치고 말았다 |
한국닛산 관계자는 “그랜저 인기 요인을 면밀히 파악해 신형 알티마를 출시할 것”이라며 “신형 알티마는 2.5와 3.5 모델 공히 제논 헤드램프(HID)와 내비게이션 등 편의장치를 대거 장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알티마는 지난 6월 말 출시 후 7월 한달 동안 미국에서 2만6602대가 팔렸다. 그랜저(신형 기준, 수출명 : 아제라)가 4월부터 미국 땅을 밟은 뒤 지난달까지 4106대 팔린 점을 감안하면 알티마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는 게 업계 평가다.
이와 함께 폭스바겐은 신형 파사트 디젤을 전면에 내세운 가운데 쇼케이스 등 사전 마케팅을 마친 상태다. 그랜저에 없는 디젤 모델을 투입, 경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에게 적중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혼다 역시 그동안의 부진한 모습을 신형 어코드를 통해 만회하겠다는 계획이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올 10월은 어코드가 미국에 진출한지 30주년”이라며 “연말까지 신형 어코드를 국내 출시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국내 완성차 5개사의 내수 판매는 12만1426대로 전년 동기 대비 4.5% 줄었다. 반면 이 기간 동안 수입차는 전년 동기 대비 21.5% 오른 1만768대를 판매했다.
수입차 업계는 이 같은 수입차 성장세를 하반기에도 몰고 가겠다는 계획이다. 그 중심에 그랜저급 신차가 그랜저를 정조준한 것이다.
이로 인해 그랜저는 내수 침체에 수입차 연속 공세까지 막아내야 할 상황이 됐다.
내수 시장에서 그랜저 인기는 꾸준하다. 하지만 현대차 내부적으로도 더 이상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기아차도 하반기 K7 부분 변경 모델을 선보이며 그랜저와 2라운드 경쟁에 돌입할 태세다.
올들어 그랜저 판매량은 1월 6984대, 2월 9337대로 치솟았으나 3월부터는 하락세다. 3월 8019대, 4월 7825대, 5월 7705대, 6월 6822대다. 지난달 그랜저 판매량은 올해 최저 수준인 6788대에 그치고 말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랜저의 상품 경쟁력이 높아 신차 가격을 낮추는 대신 편의사양을 뺀 ‘깡통’ 수입차라면 그랜저에 안 통할 것”이라며 의연하게 말했다. 그랜저와 판매 가격이 비슷하더라도 편의사양을 살펴보면 주요 기능을 뺀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입차 업체가 편의사양을 빼면서 판매 가격을 낮췄다고 하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일부 수입차 업체의 꼼수에 대해 지적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신형 파사트와 알티마, 어코드 등 수입차가 편의사양을 그랜저급으로 갖출 경우 국산차와 수입차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 설명 : 위로부터 캠리, 알티마, 파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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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