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다큐 <남극의 눈물> 촬영감독이 전하는 황제펭귄의 삶
※사진: 황제펭귄은 수컷의 뱃가죽에 배란낭이라는 주머니가 있어 알을 부화하거나 새끼를 기르기 좋게 돼 있다. |
더위로 인해 그야말로 ‘맨붕’인 이럴 때는 눈으로 뒤덮힌 남극을 상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특히 MBC 화제의 다큐멘터리 <남극의 눈물>에 나온 '황제펭귄'을 상상해보면 어느새 더위는 사라질 것 같다.
당시 <남극의 눈물>을 찍기 위해 현장에 있었던 MBC의 송인혁 촬영감독과 웹진 위클리 수유너머의 은유 인터뷰어가 만나 <황제처럼>이란 제목의 포토감성에세이를 펴냈다.
이 책은 사진 반 글 반으로 황제펭귄이 나오지 않으면 남극의 얼음들이 주인공이다. 송인혁 감독도 이 책에서는 그저 제3자에 불과하다.
황제펭귄은 남극에서도 가장 추운 영하 83도의 겨울에 남극을 찾아 번식을 한다. 혹한에 바람 피할 곳도 없는 얼음대륙에서 장장 넉달간 먹지도 못하고 맨몸으로 서서 새끼를 품어 기른다.
황제펭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용어에 익숙해져야 한다. 우선 ‘루커리’. 루커리는 황제펭귄들이 번식을 위해 남극에 도착한 뒤 모두 무리를 이뤄 사는 생활공동체를 말한다.
또 '허들링'이 있다. 황제펭귄들은 그 추운 남극에서도 더 추워지는 해질무렵이 되면 삼삼오오 구름떼처럼 모여든다.
이후 신기한 일이 일어난다. 가장자리에 서서 온몸으로 눈보라를 막아내던 황제펭귄이 너무 추워 자리를 바꾸고 모두가 차례차례 돌아가며 가장자리에 서는 것이다.
이런 황제펭귄의 자체발열 집단추위극복 방식을 허들링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황제펭귄만의 고유한 생존의 기술인 셈이다.
황제펭귄은 알을 낳으면 신기하게도 수컷이 알을 맡는다. 유독 부성애가 뛰어나기로 유명한 수컷의 뱃가죽에는 ‘배란낭’이라는 주머니가 있어 알을 품을 수 있다.
수컷에게 알을 넘긴 암컷은 남극의 강추위 속에서 먹이를 구하기 위해 바다로 떠난다. 암컷이 무사히 돌아오면 이제 수컷이 다시 먹이를 찾아 바다를 향한다.
황제펭귄들의 유일한 먹을거리는 흰 눈이다. 배설물이 묻지 않은 희고 깨끗한 눈을 찾으러 가는 게 중요한 하루 일과다.
만약 이 책을 40대 가장이 읽는다면 황제펭귄 수컷과 묘한 기시감을 느낄 수 있다. 황제펭귄의 뒷모습을 보면 검은색 양복을 입은 아버지의 모습이 스친다.
4개월 동안 흰 눈으로만 배를 채우며 새끼를 품었던 수컷은 암컷이 돌아오면 바다로 떠난다. 오직 몸의 감각에 의지해 바다로 향하는 길. 행여나 생체시계가 망가져서 육지로 가게 되면 살지 못한다.
또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다가 범고래에게 잡아먹혀도 살지 못한다. 아빠펭귄이 돌아오지 못하면 먹이를 기다리는 새끼팽귄도 살지 못한다.
이 한 몸 지탱하는 일이 지구를 떠받치는 것 같은 삶의 무게로 느껴지고 황제펭귄의 어깨는 하염없이 쓸쓸해진다.
남극은 10월이 봄이다. 봄이 되면 새끼들도 올망졸망 무리를 형성해 허들링으로 체온을 유지한다.
드디어 아델리펭귄들이 남극에 오는 여름이 되면 새끼들이 털갈이를 마치고 엄마 아빠처럼 까맣고 매끈한 털을 가진 황제펭귄으로 변신한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다를 향해 직접 먹이를 구하러 떠난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길, 한번도 가본 적 없는 길을 용기 내어 출발하는 것이다.
다시 겨울이 오면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이곳에 돌아와 새 가족을 꾸리고 생명을 잉태한다. 허들링으로 추위와 허기를 견디며 새끼를 기르고, 인연의 소임을 다하면 부모와 자식은 제각각 길을 떠난다.
송인혁 감독은 이 책이 가족동화로 널리 읽히면 좋겠다고 밝혔다. 우리 아이들을 비롯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황제펭귄의 삶이 가르쳐주는 게 많다며 그걸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요즘 외롭다고들 많이 하는데 (황제펭귄의 허들링처럼)어깨 맞대고 사는 게 좋지 않나.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다.”
<황제처럼> 출판사 '미래의 창', 1만3800원.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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