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간자율 vs 독과점 폐해 '딜레마'
[뉴스핌=노종빈 기자] 금융감독원이 연일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지난주 CD금리 답합 조사와 관련해 여론의 도마에 오른데다 전일 감사원의 금감원 감사결과 발표에서도 이른바 '학력에 따른 가산금리 차별'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25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이 문제의 파장을 조기에 진화하기 위해 당국이 대책 회의를 여는 등 부산한 모습이지만 속시원한 해법을 내놓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금감원 "민간 자율 영역인데…"
주된 이유는 금리 산정 문제가 민간 은행들이 자율로 결정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고졸 학력 차별 문제가 지적된 '가산금리' 논란의 핵심은 결국 대출 거래시의 신용등급 평가 방법 및 금리산정 과정이다.
즉 고객이 신용대출을 원할 경우 은행은 CSS(신용등급평가) 시스템을 통해 적정 금리를 산정한다.
고객들은 이를 위해 여러가지 신상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예컨대 재산 급여 경력 자가 차량 소유여부 기준으로 은행 신용이 어느정도 되느냐 판단기준이 되는 것이다.
은행들은 원리금 회수전략 차원에서 고객의 모든 정보를 반영, 자동 분석하게 된다.
그런데 현재 은행들이 채택한 글로벌 CSS 시스템에서는 외국의 사례를 기반으로 하다보니 차별 금지 항목으로 인종이나 종교, 국적, 성별, 결혼여부 등이 포함되지만 '학력수준 정도'는 이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신한은행의 평가모형도 이 경우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 신한은행 관계자는 "(학력수준 차별은) 국민 정서상 당연히 없애는 것이 맞고, 감사원의 지적이 있은 뒤인 지난 2월 즉각 수정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은행들은 금리산정 기준이나 평가 모델에 대해 영업상의 비밀이라는 점을 들어 구체적인 내용이나 산정 방식을 공개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다만 신용대출에서 고객의 모든 정보는 빠짐없이 금리나 산출에 영향을 종합적으로 반영한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 그동안 규제완화 자율화에 중점
금감원은 그동안 금리 산정과 관련해 금융시장 자율화 및 규제완화 측면에서 중점 감독을 해왔음을 인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대출금리 산정 기준과 방법 등은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부분이라는 게 당국의 원칙적인 시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는 감독책임을 느끼고 있다"면서도 "국민적 요구로 부당 불합리한 점이 있다면 시정해 나가야 할 것"고 말했다.
다만 금리 산정 과정에서 은행들이 우월적인 지위 이용해 교섭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고객들에게 일방적으로 불합리한 내용을 적용한 부분이 있었는 지는 살펴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문제와 관련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은행 금리도 시장 가격인데 이를 당국이 직접 개입해 관리는 것은 시장 비효율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감사원의 지적과 국민여론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동시에 시중 금리에 대한 '통제'라는 비판은 슬기롭게 피해가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 독과점 구조 폐해·공공성 문제 지적돼
결국 이 문제의 감독 방향은 결국 은행권의 독과점에 따른 폐해나 여신 공급 기능의 공공성 문제 등으로 가닥을 잡게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대부분 은행권의 금리 평가산정 방식을 살펴보면 그럴 것(은행에 유리할 것) 같다"면서 "무조건 순이자마진(NIM)을 적정수준으로 유지한다는 것이 거의 원칙처럼 떠받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금융의 공공성을 생각한다면 은행들의 이자마진이 많을수록 좋다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회사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흔들리면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가져오게 된다"면서 "자산 건전성은 물론 자금조달에도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우려"라고 지적했다..
또한 "금리 산정시의 평가 매트릭스 기준은 제조업 원가에 해당하는 것"이라면서 "은행들은 원가 공개에 해당하므로 공개를 꺼릴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번 논란으로 인해 은행들의 태도가 많이 달라져야 할 것으로 본다"면서 "이번 논란으로 가산금리에 대해서 주의를 기울일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적정한 영업이익이나 나오지 않으면 당국에서 비난을 받게 되는 이중의 부담도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또한 "이 문제가 불거진 것은 은행들이 국민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이라면서 "금융당국이 큰 틀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자발적으로 따라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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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