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 디폴트 재부상·西 구제금융 불가피
[테살로니키(그리스)=AP/뉴시스] 2012년 7월 3일 그리스 수퍼마켓 외부의 쓰레기 통에서 건질 만한 물건을 찾고 있는 여인. 그리스는 유로존 회원국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지원으로 디폴트 사태를 벗어났지만, 다시 유로존 이탈 가능성이 중심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
그리스의 디폴트 위기가 재부상한 데다 스페인은 금융권 뿐 아니라 국가 부채를 해소하기 위한 구제금융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스페인 장단기 국채 수익률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유로화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은패닉에 빠졌다.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되자 유럽중앙은행(ECB)의 주변국 국채 직접 매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고개를 들었지만 이는 일시적인 처방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시장 전문가는 주장했다.
스페인을 부채위기에서 구해낼 만한 자금을 마련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진단이다.
◆ 西-伊 국채 수익률 급등..금융시장 ‘패닉’
금융권 부실에 이어 지방정부의 재정 부실까지 맞물리면서 스페인이 공식적인 구제금융 요청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국채 시장을 강타했다.
23일(현지시간) 스페인 국채 수익률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10년물 수익률이 장중 7.565%까지 상승한 후 23bp 오른 7.50%에 거래됐다.
2년물 수익률은 장중 99bp 급등, 사상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뒤 77bp 오른 6.53%를 기록했다.
스페인 국채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635bp까지 치솟았고, 독일 대비 10년물 수익률의 스프레드는 643bp까지 올랐다.
디폴트 리스크가 다시 고개를 든 그리스 국채 시장 역시 패닉장을 연출했다. 10년물 수익률이 199bp 급등한 27.57%를 기록했다. 이탈리아 10년물 역시 17bp 뛴 6.34%를 기록했다.
프린시펄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크레이그 베이시 채권 전략 헤드는 “스페인의 부채위기 문제가 본격 점화되면서 금융시장을 패닉에 빠뜨렸다”며 “머지않아 스페인이 국가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구제금융을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그는 “현 수준의 국채 수익률은 스페인의 재정 상태로 버티기 힘든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로마(이탈리아)=Xinhua/뉴시스] 2012년 6월 22일 스페인 총리 마리아노 라호이, 프랑스 프랑수와 올랑드 대통령,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그리고 이탈리아 마리오 몬티 총리가 유럽 '빅4' 정상회의 이후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 ECB 또 소방수? 유로존 ‘답이 없다’
스페인의 구제금융 요청은 예상보다 가까운 시일 안에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의 판단이다.
올 연말까지 부채 상환과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스페인 지방정부가 마련해야 하는 자금은 264억유로에 이른다.
하지만 스페인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0.4%로 예상되는 등 경기 하강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국내 은행권의 자금 여력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유동성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문제는 스페인을 넘어 이탈리아까지 부채위기가 삽시간에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스페인의 국채 수익률이 상승세를 지속, 구제금융을 요청할 경우 이탈리아 역시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시장 전문가는 예상했다.
실제로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17bp 뛴 6.34%를 기록했다. 독일 국채 대비 프리미엄 역시 549.50bp까지 상승, 1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부 투자가들은 ECB가 스페인 국채 직접 매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수익률을 안정시키는 한편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진정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실질적인 효과에 대한 기대는 미미하다.
리걸 앤 제너럴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게오르그 그로드스키 신용 리서치 헤드는 “스페인 정부는 앞으로 한두 달 동안 국채 수익률이 더 오르면 구제금융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 경우 시장은 이탈리아 국채 매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에르메스 펀드 매니지먼트의 닐 윌리엄스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주변국 구제금융은 그리스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며 “하지만 지금까지 EU 정책자들이 내놓은 대책은 일보 전진 뒤 이보 후퇴하는 결과만을 되풀이할 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