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주가 하락과 거래량 급감으로 대부분의 증권사가 적자를 기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구조조정이 임박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수익 악화가 단기에 그치지 않고,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62개에 이르는 증권사가 난립하며 제살깎기식 수수료 인하 경쟁을 벌여 수익구조가 취약해졌다는 지적이다. 이에 뉴스핌은 '벼랑에 선' 증권산업의 현주소와 활로 방안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뉴스핌=오희나 기자] “재계약이요? 연봉협상 기간이 훨씬 지났지만 아직 얘기가 안나오는 상황입니다. 증권사 사정이 어려우면 가장 먼저 나오는 게 애널리스트를 줄이자는 것이기 때문에 먼저 말을 꺼내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예요. 요즘 같은 때는 이직할 곳도 없으니 납작 엎드려 있을 수 밖에요.”
“대형사들은 몰라도 중소형사들은 정말 견디기 힘든 상황입니다. 지점과 인원을 줄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죠. 증권사들의 적자가 가시화되면 긴축경영이 본격화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글로벌 불확실성으로 실적악화가 이어지자 증권사들이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여기저기 ‘긴축, 긴축’을 외치고 있다. 한 증권사 CEO는 사내방송을 통해 “1차에 한가지만 하고 9시까지 귀가하라”는 ‘119회식’을 주문하기도 했다.
거래대금 급감이 증권사들의 실적악화로 이어지자 하반기 구조조정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다. 수수료 수입이 줄어 지점들이 대부분 적자로 돌아선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몸집 줄이기' 밖에 없다는 얘기다.
국내 증권사들은 영업환경을 감안할 때 일평균 거래대금이 최소 6조5000억원 이상은 돼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 브로커리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4월부터 유가증권시장의 월별 일평균 거래대금은 5조원을 밑돌아, 4월 4조9650억원, 5월 4조6911억원, 6월 4조537억원으로 지속적으로 급감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의 1분기(4~6월) 수익도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증권사들의 주요한 수입원이었던 IPO나 유상증자 등과 같은 발행시장도 꽁꽁 얼어붙기는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IPO 규모는 2032억원에 그쳤다. 이같은 수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9991억원의 5분의 1 수준이다. 유상증자는 사정이 더 악화됐다. 지난1~5월까지 유상증자 규모는 544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87.8%(4조4636억원)나 급감했다.
사정이 이렇자 증권사들은 지난 연말부터 이미 몸집 줄이기를 시작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11월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삼성증권도 12월 100여명의 희망퇴직을 받았다. 올해 1월에는 현대증권에서 임원 11명이 일괄 사직했다.
업계에서는 희망퇴직이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지점 축소와 통폐합, 인원감축도 이어지고 있다.
동양증권이 지난 1년새 32개의 지점을 줄였고 대우증권도 3개 지점을 줄인바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들어 13개 지점을 축소했다. 일부 증권사들도 1~3개의 지점을 줄이고 있다.
해외법인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 2월 삼성증권은 홍콩법인 인력을 최대 140명에서 30~40명 수준으로 대폭 줄였고,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5월 홍콩법인 인력을 20명 축소했다.
중소형사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토러스투자증권은 인건비 절감차원에서 3곳이었던 지점을 없애고 영업점 1곳만을 남길 계획이다. 또 다음 달부터는 임원 임금은 30%, 직원 임금은 10% 씩 삭감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같은 때는 ‘힘들어 죽겠다’가 인사말일 정도로 시장상황이 너무 안좋다”며 “어디라고 할 것 없이 모두 안 좋다보니 ‘구조조정’이란 말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구조조정이 임박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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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오희나 기자 (h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