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기석 기자]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데도 국내 휘발유값은 찔끔 내리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국제유가가 상승할 때는 국내 휘발유가격도 상승 동조가 강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지만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 국내 유가의 하락폭은 극히 제한, 국제유가 하락폭과 국내 유가 하락폭이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국제유가가 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유가는 덜 떨어지면서 소비자들인 국민들의 비용부담이 늘어나고 정부 역시 물가안정의 실익을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다.
국제유가와 국내유가간 격차는 소위 독과점 이윤(margin)으로 국내 주요 석유업체의 호주머니로 고스란히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석유업체들의 협조를 구하거나 인위적으로 사회적 압박을 가하기도 했으나 논란만 커지거나 일시적인 효과에 그쳐 중장기적인 유통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속은 부글거리고 있다.
◆ 국제유가 14주 연속 하락, 국내유가 국제유가보다 덜 하락
10일 지식경제부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넷째주부터 지난 6월 넷째주까지 분석한 결과, 두바이유가는 지난 2008년 글로벌 위기 이후 처음으로 최장기간인 14주 연속 하락했으며, 하락폭은 배럴당 32.2달러에 달했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휘발유 국제가격은 리터당 209원이 하락했다. 그러나 국내 휘발유가격은 리터당 123원 하락, 국제유가보다 86원의 격차를 보였다. 그만큼 덜 떨어진 것이다.
국제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국내유가가 덜 떨어짐에 따라 국내 소비자들은 그만큼 더 비싼 휘발유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 된다.
국제유가 하락폭을 좀더 비교해보면, 올들어 지난 6월말까지 국제유가의 잣대를 나타내는 미국 서부텍사스산경질유(WTI)는 14.0%의 하락률을 보였다. 국내 수입의 80%를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가격은 11.4%가 떨어졌다.
그렇지만 국내 휘발유가격은 0.8% 하락하는 데 그쳤다. 두바이유가격 하락률과 단순비교를 하더라도 10.6%포인트나 덜 떨어진 셈이다.
WTI는 지난해 12월말 배럴당 98.86달러에서 지난 3월말 104.87달러까지 올랐다가 지난 6월말 84.96달러로 떨어졌다. 두바이유는 지난해말 104.89달러에서 3월말 120.38달러까지 올랐다가 6월말 92.89달러를 나타냈다.
유가정보사이트인 오피넷(Opinet)에 따르면, 국내 보통 휘발유가격은 지난해말 리터당 1934.08원에서 3월말 2047.01원, 4월말 2059.02달러를 기록했다가 6월말 1918.54원으로 다소 낮아졌다.
◆ 국제유가 4월말 이후 20% 급락, 국내유가는 7% 하락, 국내외 격차 확대
국제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한 4월말과 6월말 유가를 비교하더라도 WTI는 19.0% 하락했고, 두비이유가는 20.2%나 급락했다.
그렇지만 국내 휘발유가격은 6.8% 하락하는 데 그쳤다. 두바이유와 국내 휘발유가격의 하락률은 13.4%포인트로 격차가 컸다.
월중 평균가격으로 보면, WTI는 올들어 1월 배럴당 100.4달러를 기록했다가 3월 106.3달러로 상승한 이후 6월에는 82.4달러로 하락했다. 두바이유는 1월 평균이 109.5달러에서 3월 122.5달러로 상승했다가 6월에는 94.4달러로 내렸다.
국내 휘발유가격은 지난 1월 평균이 리터당 1955.1원에서 3월 2030.0원, 4월 2058.7원으로 상승했다가 6월에는 1968.8원을 나타냈으며, 국내 경유가격은 1월 1805.1원에서 3월 1853.6원, 4월 1865.6원을 기로간 뒤 6월에는 1777.7원으로 떨어졌다.
평균가격 변동률을 보면, 3월 이후 6월까지 석달간 WTI는 22.5%나 급락했다. 두바이유는 22.9%가 떨어졌다.
그렇지만 국내 휘발유가격은 3.0% 낮아졌으며 국내 경유가격은 4.1%가 떨어졌다. 국내 휘발유가격은 두바이유 대비 하락률이 약 19%포인트나 차이를 보이고 있다.
◆ 국내외 유가, 하락시 격차 확대, 석유업체 유통 독과점 탓
국제유가가 하락할 때 국내유가가 하락하긴 하지만 하락폭이 적을 뿐만 아니라 국제유가 하락폭이 커질 때는 국내외 유가 격차가 더욱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경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넷째주부터 올해 6월 넷째주까지 국제유가가 상승할 때 국내유가는 69원 덜 오르는 반면, 국제유가가 하락할 때는 86원이 덜 내렸다. 국제유가가 상승할 때 오름폭보다 하락할 때 덜 내린 것이다.
이 기간 중 싱가포르 휘발유가격이 18주 연속 오르면서 리터당 770원에서 968원까지 198원이 상승할 때, 국내 휘발유가격은 15주간 1933원에서 2062원으로 129원이 올랐다.
반면 싱가포르 휘발유가격이 11주간 968원에서 759원으로 209원 하락했을 때, 국내 휘발유가격은 10주간 2062원에서 1939원으로 123원이 떨어지는 데 그쳤다.
지경부 관계자는 “싱가포르 휘발유가격과 국내 휘발유가격을 비교해보니 국제유가가 오를 때는 69원이 올랐으나 내릴 때는 86원이 덜 내렸다”며 “국내 유통단계에서 국제유가 상승기보다는 하락기에 덜 떨어지는 일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국내 유가가 덜 떨어지는 것은 국내 석유업체들이 재고물량을 조정하면서 가격조정에 대해 눈치보기를 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소비자들 역시 가격상승기에는 싼 주유소를 탐색하는 노력을 보이지만 하락할 때는 이같은 노력이 덜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국내 석유업체들이 원유를 수입을 해다가 국내에서 정제한 이후 유통을 하면서 국제유가가 하락을 하더라도 가격을 덜 내리고 있다”며 “국내석유제품시장이 주요 네 곳으로 움직이는 독과점시장이라서 소비자들이 이익을 석유업체들한테 빼앗기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정부가 작년처럼 석유업체들한테 석유가격을 인하하라는 압력을 따로 넣고 있지 않지만 국내 유가가 덜 하락하면서 답답한 상태”라며 “정부는 지난 4월 석유제품시장 독과점 유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 대로 알뜰주유소 전자상거래 등을 통해 시장구조를 개편하고 가격하락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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