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영란은행(BOE)가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 인하 및 양적완화(QE) 확대를 단행했다.
시장의 시선은 ECB의 다음 행보에 초점을 모으는 한편 추가적인 카드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 ECB 기준금리 사상 최저
5일(현지시간) ECB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0%에서 0.75%로 25bp 하향 조정했다. ECB가 기준금리를 1.0% 아래로 떨어뜨린 것은 유로존 출범 이후 처음이다.
ECB의 금리 인하는 유로존 부채위기로 금융시스템 리스크가 점차 고조된 데 따른 것으로, 시장 전문가의 예상과 일치하는 수준이다.
ECB는 이와 함께 시중은행의 예치금에 대해 제로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 역시 사상 최저 수준이다. 하지만 투자가들은 예치금에 대한 제로금리가 금융권 유동성 경색을 해소하는 데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영국 BOE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0.5%로 동결하고, 양적완화(QE) 규모를 500억파운드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BOE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 규모는 3750억파운드로 확대되며, 향후 4개월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 다음 수순은 양적완화?
시장의 관심은 ECB의 다음 행보로 옮겨가고 있다. 투자가들은 추가적인 금리 인하 여지와 기대 효과가 제한적인 만큼 ECB가 주변국 국채의 직접 매입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실시한 양적완화(QE)에 필적할 만큼 대규모의 공격적인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시행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노무라의 얀스 손더가드 애널리스트는 “ECB도 기준금리 인하에 이어 시장이 기대하는 것이 양적완화라는 사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며 “양적완화 시행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주변국 국채 수익률 상승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는 금리인하만으로 역부족이며, 보다 직접적이고 과감한 처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BNP 파리바의 켄 와트렛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공격적인 양적완화를 단행하기보다 또 한 차례 장기저리대출 프로그램(LTRO)를 실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하지만 금융시스템에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대출 수요가 1~2차 때만큼 뒷받침될 것인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 드라기 “유로존 하강 리스크”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로존 경제의 하강 리스크가 더욱 높아졌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유로존 경제가 점진적인 회복을 보이겠지만 실업률과 국채시장 움직임 등 몇 가지 변수가 핵심 변수”라며 “유로존 경제를 둘러싼 하강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유동성에 대해서도 드라기 총재는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은행 대출 성장이 정체된 상황”이라며 “최근 거시경제 상황에 대한 불안감과 리스크 회피심리, 가계와 기업의 부채 축소 등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EU 회담과 관련, 그는 “금융시장 불안감을 해소하고,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정책자들의 결정에 우호적인 입장이며, 특히 은행권의 직접적인 자본 확충 지원을 위한 단일 감독 기구 도입에 동의한다”며 회의 후 첫 공식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