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감독기구 설립 일정 촉박, 자주권 훼손 문제도
[뉴스핌=권지언 기자] 기대를 모았던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 일련의 합의 조치들이 발표되면서 일단 시장 우려감은 누그러지는 모습이지만 완전한 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지난 주말 EU 정상들은 성장정책을 시행하고 은행 단일감독기구를 설립하는 한편 부실 은행 직접 지원, 스페인 구제금융 우선변제권 포기, 국채 직매입 등의 조치들에 합의점을 도출해 냈다.
합의 소식이 전해진 뒤 미 증시가 2~3%대의 급등세를 보였고 미 원유 선물은 9% 넘게 뛰었다. 또 외환시장에서 유로화와 호주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등 일단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하지만 합의안 세부 내용 부족과 시행 상 난관, 촉박한 일정 등의 문제점들이 지적되며 합의 도출 효과가 빠르게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감 역시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 어떤 내용 합의됐나?
우선 EU 정상들은 성장과 고용 촉진을 위해 역내 총소득의 1%에 달하는 1200억 유로(약 173조 원) 규모의 재원을 조성한 뒤 성장정책 집행에 투입하기로 했다.
또 은행 단일 감독기구를 만들어 부실 은행들을 직접 지원키로 했는데, 기구 창설을 위해 유럽 집행위원회가 제안서를 제출하고 올 말까지 유럽 이사회가 이를 심의할 예정이다.
특히 은행 단일 감독기구 창설은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성과로 평가되고 있는데, 향후 은행 동맹 및 유럽 통합 심화에도 기여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29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은행 감독기구가 ECB에 의해 운영될 전망이라고 보도했고,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 역시도 1일 니혼게이자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ECB가 단일 은행 감독기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스페인 은행들의 구제금융 우선변제권을 포기하기로 했는데 이 역시 채권시장 안정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더불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유럽안정메커니즘(ESM)을 이용해 유통시장에서 국채를 직접 매입하자는 합의 역시 도출됐다.
특히 스페인 은행들이 스페인은행지원기금(FROB)을 통하지 않고 지우너을 받을 수 있게 돼 스페인 정부부채 부담 역시 경감되는 효과가 있을 예정이고, 은행권 직접 지원은 아일랜드와 그리스, 포르투갈 상황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 남은 과제는
이번 합의의 효과가 장기간 지속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단일 은행 감독기구 설립과 구제기금의 국채 직매입 사용 등에 회의론이 집중적으로 제기되는 모습이다.
우선 은행 감독기구 설립과 관련해서는 세부 내용이 부족하고 추진 계획도 지나치게 촉박하다는 평가다. 더불어 은행업과 관련한 각국의 자주권이 훼손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단 기구 설립을 위해서는 유럽위원회(EC)가 유로존 재무장관들과 긴밀히 협의해 설립안을 도출해내야 하고, 유럽 지도부는 올해가 끝나기 전까지 심의를 마쳐야 한다. 하지만 연말 전까지 심의가 끝난다고 하더라도 실제 설립까지는 1~2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또 새 은행 감독기구는 기존의 유럽은행감독청(EBA)과의 확실한 차별성 역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설립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EBA는 유럽 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두 차례 실시했지만 특히 스페인을 중심으로 은행권 문제점을 포착해내는 데 실패해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이다.
바클레이즈 수석 이코노미스트 안토니오 가르시아 파스쿠알은 “새 단일 은행 감독기구 설립이 중요한 결정이긴 하지만 기존 EBA에 약간의 변화만 준 수준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채 직매입과 관련해서는 단기적인 효과는 인정되지만 장기적으로는 도덕적 해이 등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점과 유럽 구제기금의 자금조달 능력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EFSF와 ESM의 가용 자금을 합치면 약 5000억 유로 가량인데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필요로 하는 자금 규모의 20%에 불과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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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