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시 시가 14~15만원대, SK가 블록딜 10% 할인 매각 제의하자 투자
- 주가 하락으로 지분투자 손실로 이어지자, 2분기 700억원 평가손실
[뉴스핌 = 한기진 기자]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퇴임 후에도 논란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김 회장 재임 중 이뤄진 SK C&C 지분 투자로 인해 2/4분기 700억원 손실을 보았다. 이 기간동안 거둔 이익의 15~20%를 깎아 먹는 적지 않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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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 |
SK C&C 지분투자의 출발점은 지난해 9월로 거슬러간다.
SK는 최태원 회장이 선물투자 손실 등으로 자금사정에 문제가 생기자 주요 금융회사에 블록딜(시간외지분대량매매)을 제의했다.
수천억원대로 알려진 투자손실을 충당하기 위해 최 회장은 개인보유 지분을 팔아 자금난을 타개할 것으로 관측됐다. SK C&C는 SK(주)의 지분 31.8%를 보유해 SK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다.
하지만 가장 먼저 손길을 내민 곳은 하나은행이었다. 당시 증권투자 담당 부서 직원들은 SK C&C를 분석한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를 모두 취합해 적정 주가를 18만원대로 추정했다.
당시 14~15만원대를 오르내리던 SK C&C 주가였지만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가 ‘저평가’ 쪽의 방향이 많자, 이같이 내다봤던 것이다. 특히 SK C&C가 지분을 시가 대비 10% 할인해서 매각해 투자를 결정하는데 힘을 더했다.
하나은행은 SK C&C의 지분 3.4%를 2830억원에 매입했고 이미 갖고 있던 지분 0.6%를 합쳐 4%를 보유한 주요 주주가 됐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SK C&C 주가가 저평가 돼 있다고 판단했고 소버린의 경영권 위협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지분 매입했던 일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SK C&C 주가가 10만원대로 추락해 투자손실을 입자 뒤늦게 내부에서 제기됐던 것과는 반대의 이야기가 튀어 나왔다.
외환은행 인수에 자금을 모아야 하는 상황에서 수천억 투자는 적절치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투자의 배경에는 김 전 회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 전 회장은 최 회장과 그동안 쌓아온 하나은행과 SK그룹의 신뢰를 바탕으로 인연이 깊다.
지난 2003년 SK그룹이 SK글로벌(현 SK테크웍스) 분식회계 사건으로 그룹이 존망의 위기에 처했을 때 구원투수로 나선 것도 김 전 회장이었다.
그는 다른 채권은행들이 SK 지원에 난색이었음에도 적극 설득해 회사를 살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또 SK글로벌 사태와 관련한 검찰조사로 생긴 오너의 경영공백을 틈타 뉴질랜드계 자산운용사인 소버린이 SK 주식을 매입하면서 경영권을 위협하자 하나은행이 백기사로 나서, 위기를 모면하게 했다. 또한 하나SK카드가 출범한 것도 두 사람이 이 같은 인연이 밑바탕이 됐다.
하지만 하나은행 측은 “KB금융도 SK C&C 지분을 갖고 있는데 투자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국민은행은 SK C&C 지분 4.1%를 지난해 2월 사들였다.
금융권에서는 지분 투자의 결정적 원인으로 하나은행의 대기업 고객 부족을 꼽는다. 대기업 중 주거래 고객은 4곳에 불과한데 그중 가장 큰 SK의 요청을 거절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기업과 주거래은행이 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데 시간이 오래 걸려 쉽지 않아 하나은행처럼 후발 주자는 대기업의 많은 편의를 봐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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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