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7일 시작된 회사채 수요예측제도가 3개월째로 접어들었다. 변경된 제도 중 가장 영향력이 커 회사채 발행이 필요한 회사들이 서로 눈치 보기도 하고, 증권사들은 대표주간사 선정을위해 어떻게 발행사를 접근해야 할 지 전략수립에서도 상당한 공을 들였던 제도다.
시행 2개월을 넘긴 이 제도는 초기의 주춤거림이 어느정도 사라지면서 회사채 발행물량은 예전과 같이 정상화되고 있으며, 다양한 족적을 남기면서 안착해 가는 모습이다.
그간 드러난 운영상 문제점은 제도적으로 정비돼야 할 숙제로 남겨졌지만, 수요예측을 통해 회사채발행이 '시장'과 호흡을 같이 하게 되면서 우리나라 자본시장도 보다 성숙하게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뉴스핌은 4회에 걸쳐 지난 2개월간 회사채 수요예측제도의 성과와 문제점 등을 진단한다.<편집자주>
[뉴스핌=이영기 기자] 회사채 수요예측제도 도입 후 2개월이 경과하면서, 회사채 발행자가 시장수요에 수긍하는 등 기존의 수수료 녹이기 관행이 약화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수요예측 해보고 안되면, 전부 인수회사가 인수하면 된다는 식의 버티기 양태를 드러내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너무 치열한 대표주간사 경쟁이 이런 버티기를 가능케하는 주요한 요인이라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등급 'A0'인 STX에너지는 3년만기 1500억원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제시된 희망금리 5.40~5.70% 금리수준에서도 참여건수가 전무했다.
이에 발행금리를 희망금리 상한 5.70%로 결정하고, 공동대표주간사 동양증권과 키움증권이 각각 500억원씩, LIG증권, KB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증권, 현대증권이 각각 100억원씩 인수하게 된다.
이 경우는 수요가 미약할 것이라 미리 예측하고 인수단을 단단하게 꾸려 인수부담이 없도록 대응한 케이스로 간주된다. 선의로 해석하자면 희망금리 밖에서 수요예측에 참가한 금액이 있으면, 금리를 높여 유효 수요로 받아들였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반면, 희망금리밴드보다 높지만 수요예측에 참가한 금액을 수용할 수 없어 미달된 상태로 당초 희망금리를 발행금리로 정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지난 13일 등급 'AA-'인 E1이 실시한 5년만기 회사채 2000억원의 수요예측에서 참가한 투자자 3군데가 모두 희망했던 해당만기 국채기준 가산금리 0.37~0.41%포인트 밖에 있었다.
당초 제시 희망금리 수준이 유통시장의 개별 금리수준에 비해 낮아 수요가 발행물량을 다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그대로 드러났다.
하지만 희망금리밖의 500억원 규모의 수요는 수용되지 않았고, 발행금리는 희망가산금리 상단인 0.41%포인트로 결정됐다. 발행물량 2000억원 전부를 대표주간사 우리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등 인수회사가 맡아야 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인수수수료를 주고 인수하게 하는 자체가 꼭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인수수수료율 자체를 보면 어느정도 전액인수를 감수해야하는 것인지 알수 있겠지만 아무튼 시장의 반응을 무시하고 인수로 해결하는 것은 개선돼야 할 관행"이라고 말했다.
아예 처음부터 수요예측에서 참가자가 없을 것을 예상하고 인수단을 꾸리는 경우는 'BBB'등급 이하 건설업종의 경우 많이 나타나고 최근 두산건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두산건설의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신용등급이 'A-'에서 'BBB+'로 강등됐다.
아니나 다를까 오는 21일 발행예정인 두산건설의 회사채 1년만기 500억원, 1.5년만기 400억원, 2년만기 1100억원 회사채에 대한 수요예측에서 참가자가 전무했고, 발행금리도 각각 희망금리밴드의 상단이 7.2%, 7.6% 및 8.0%로 결정했다.
1년 및 1.5년 만기물은 동양증권 등에서 인수하고, 특히 2년만기물은 산업은행이 500억원을 우선인수하고, 나머지를 인수증권사들이 인수한다.
산은의 경우 두산그룹 전체를 세밀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는 입장이므로 만기까지 보유할 수 있겠지만 나머지는 대부분 리테일용으로 인수회사가 개인 등에게 소화시켜야 한다.
기관투자자들의 수요가 없지만 회사채를 발행해야 하는 경우 수수료결정에서 발행회사의 협상력은 떨어질 것이고 수수료율에 이러한 내용이 고스란히 반영될 것이다.
은행권의 한 회사채 전문가는 "마켓파워를 반영해 굳어진 것이 관행이므로, 기본적으로 발행시장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증권사의 협상능력이 높아져야 한다"라고 전제하고 "자본시장도 소수의 초대형 증권사가 선도할 수 있는 구조로 증권업이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조심스레 진단했다.
한편, 발행회사로서 영향력이 막강한 'A+'등급인 세아베스틸의 3년 회사채 1000억과 'AA+' 등급 포스코에너지 5년만기 800억원 발행에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각각 19일과 20일 수요예측이 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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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