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이 6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동결한 한편 유동성 공급을 2013년 초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위기 진화에 적극 대처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부채위기가 그리스와 스페인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ECB는 이날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로 동결했다. 이로써 ECB는 6개월째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했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이 회의에 앞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대다수는 동결할 것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드라기 총재가 일부 유동성 공급을 확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시장의 기대치에는 크게 못 미쳤다. 고정금리 단기 자금 지원을 최소한 내년 1월15일까지 연장한다는 것이 그가 밝힌 계획.
시장이 기대했던 3차 장기저리대출 프로그램(LTRO)의 시행 여부에 대해 드라기 총재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유로존 부채위기의 악화를 차단하기 위해 상황 전개를 예의주시하고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궁극적인 위기 돌파는 정책자들의 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통화정책으로 부채위기 진화를 위해 다른 정책 기관이 나서야 하는 역할의 공백까지 모두 채울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유로존 지역의 경기 회복을 가로막는 리스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심리적이 불안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경제 성장이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하강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금융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드라기 총재의 발언 직후 시장은 실망감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시장은 원론적인 수준의 공식 발언이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을 원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밀러 타박의 피터 부크바 매니징 디렉터는 “결론적으로 드라기 총재는 뭔가 새로운 정책 결정을 내리기 앞서 시장 불안과 혼란이 더 커지기를 기다리는 움직임”이라고 풀이했다.
이 같은 실망감은 국채시장에 고스란이 반영됐다. 장중 7bp 올랐던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상승폭을 0.3%로 좁혔고, 스페인 10년물 국채는 드라기 총재의 발언 전 7bp 하락했으나 이후 보합권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장 후반 상황이 반전, '리스크-온' 흐름이 두드러졌다. 이날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1bp 급등한 1.3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4월11일 이후 최대 폭의 상승이다. 최근 0%까지 밀린 2년물 국채 수익률 역시 0.06%를 기록, 5bp 뛰어 올랐다.
스페인의 2년물 국채 수익률은 17bp 급락한 4.55%에 거래를 마쳤고, 10년물 역시 3bp 떨어진 6.28%를 나타냈다.
한편 드라기 총재는 올 연말까지 2%를 웃도는 인플레이션이 유지되는 가운데 올해 유로존 경제가 -0.5~0.3%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