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권지언 기자]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논의가 재점화된 가운데, 유럽 지도부가 그리스의 긴축 연장 가능성을 시사하며 잔류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14일(현지시각) 진행된 유럽연합 경제•재무이사회(ECOFIN) 회의에서는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를 위해 긴축 조건을 완화해 줄 것인지 여부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시 발생할 파급효과를 어떻게 예방할 지에 관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에서 뚜렷한 해결책이 도출되지는 않은 가운데 참석자들은 그리스의 긴축이행 의무를 강조하는 동시에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 희망을 시사했다.
◆ 유로존 탈퇴, “절대 안 돼”
회의에 참석한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논의는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그는 그리스가 “완전한 기능을 하는” 정부를 구성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상황에 급격한 변화가 생긴다면 그리스의 긴축 시한을 연장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올리 렌 유럽연합(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우리는 그리스가 구제금융과 관련한 약속을 존중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면서 “긴축 목표 달성이 그 중 가장 핵심”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얀 키스 네덜란드 재무장관은 “그리스는 ‘친개혁, 친긴축’ 의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는데, 그렇지 않고서는 상당한 문제가 예상된다”면서 “개혁의 정도를 약화시키거나 감축 목표치를 축소하는 등 조건들을 약화시킬 여지는 없다”고 경고했다.
독일 측도 그리스의 긴축과 개혁 약속을 변경하거나 완화시키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그리스의 긴축 시한이 연장된다 하더라도 신용 디폴트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란 지적도 제기됐다.
하이프리퀀시 이코노믹스 소속 수석 이코노미스트 칼 와인버그는 그리스의 긴축 이행 시한이 연장된다 하더라도 그리스가 주요 부채 상환 시기를 놓칠 수 있어 신용 디폴트 조항이 발동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 그리스 탈퇴 가능성, 전망 다양
그리스 탈퇴 논의가 무르익은 가운데, 실제적인 탈퇴 가능성을 두고는 다양한 전망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목요일까지 새 연정을 꾸리지 못하면 그리스 대통령은 6월 중순 재선거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재선거 시 급진좌파연합인 시리자(Syriza)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긴축에 반대하는 당들과 다수파 연정을 구성할 수 있게 될 경우 그리스는 이전에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그리고 유럽중앙은행(ECB) 등과 합의한 구제협상에 반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무질서한 디폴트와 유로존 탈퇴로 이어질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바드칼리지의 그리스 전문가인 디미트리 파파리미트리오우 교수는 "시리자조차 유로존에서 탙퇴는 원치 않고 있다. 이들은 다만 구제금융 패키지의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트로이카(EU-IMF-ECB)'의 지원없이는 그리스가 채무를 상환하기 힘들다.
그리스가 채무상환을 중단하면서도 유로존에 잔류할 가능성도 있는데, 이런 형태가 금융시장이나 주변국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일부 금융전문가들은 채무상환이 중단되면 더이상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없기 때문에, 드라크마화를 찍어내는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유럽 다른 나라들이 그리스의 이탈이 미칠 충격을 엄청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채무상환이 중단되고 나서도 새로운 협상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그리스가 이탈하는 선례가 생기면서 더 큰 나라들이 연이어 유로존을 이탈하는 사태다. 이 경우 유럽 금융시스템이 붕괴되고, 유로화를 이탈한 나라의 기업들은 새로 발행한 화폐 가치가 폭락해 상환이나 지급 의무를 다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유럽 금융시스템와 밀접하게 연결된 미국 금융회사들도 타격을 입을 뿐 아니라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게 될 수 있다.
현재 씨티 소속 이코노미스트들은 50%~75%의 탈퇴 가능성을 제시한 반면 크레디트 스위스는 그리스 잔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며 탈퇴 가능성은 15%에 불과하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세계적 헤지펀드 매니저 조지 소로스는 지난 주말 한 이탈리아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유로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위기가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확산될 경우 논의는 달라지는데, 이 경우 손 쓸 방법도 없고, 유럽은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론 그리스 경제가 성장으로 복귀하려면 유로존 탈퇴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의견들도 제시되고 있지만, 그 파장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한 경우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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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