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차, “호재이긴 하지만 시간 더 지나야…”
[뉴스핌=김기락 기자] 일본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자동차 업계 표정이 다양하다. 국산차와 일본차 등 업체마다 각기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엔화 약세 지속 시 일본차의 공세가 더 거세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GM과 르노삼성차는 엔화 약세를 반기는 분위기. 일본에서 부품을 수입할 때 원화 지출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일본차 업체에게도 청신호로 작용, 가격 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기회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엔화 약세가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현재 자동차 산업이 받는 영향은 적다. 오히려 일본차 업체는 엔화 약세가 지속될수록 일본 본사의 수익 구조 향상 등을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당장은 영향 없지만 예의주시”
한국GM·르노삼성차 등 일본부품 수입 많아 ‘방긋’
지난해 전 세계에 총 230만대 자동차를 수출한 현대·기아차는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일본차 업체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계획이다.
일본차 업체가 올해 전 세계 시장에서 반전을 노리기 때문에 엔저 현상을 이용, 시장 장악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한국GM은 일본에 쉐보레 캡티바와 아베오 등 2종을 수출하고 있지만 엔화 약세의 영향은 미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력 시장이 아닌데다 판매 물량이 적기 때문이다.
해외 시장에서 수출채산성 악화 역시 엔화 약세가 단기적일 것으로 예측되고 일본 자동차 업체와의 수출경합지수가 높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마산항에서 선적 중인 한국GM 쉐보레 스파크 <사진 한국GM 제공> |
이에 따라 한국GM은 엔화 약세에 대한 특별한 대응책 보다는 환율 및 대외경제여건에 결제통화 다변화 전략을 통해 대응 중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일본에 소재한 1차·2차 협력업체로부터의 부품수입 여건이 일부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긍정적인 면까지 고려하면 엔저 현상이 적신호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르노삼성차도 엔화 약세를 반기는 분위기다.
일본으로부터 고가의 변속기 등 주요 부품을 들여오는 상황에서 엔화 약세가 심할수록 원화 지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엔저일수록 엔화를 구입하기 위한 원화 지출이 줄어들기 때문에 회사 경영상에 도움이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자동차를 수입하는 일본차 업체는 이론상 엔화 가치가 내릴 경우 엔화로 환산 매출액이 증가하지만 대외 변수가 많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한국토요타자동차 관계자는 “엔화가치가 내려가면 일본 본사가 동일 차량 매출에 대해 엔화로 환산한 매출액이 증가한다”며 “현재의 엔화 가치로 한국 수출을 통해 일본 본사가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이론과 현실에 대한 차이를 설명했다.
토요타 입장에서 한국 시장이 전략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높은 가격 경쟁력 쪽으로 비중을 더 두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닛산도 한국토요타자동차와 비슷한 반응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일본 본사의 수익구조 향상을 예상했다.
한국닛산 관계자는 “엔화가치 하락이 지속되고 환차익으로 인한 손해부분이 감소되면 제품 및 기술 연구개발(R&D) 투자비용 증가 방향으로도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올해 한국닛산의 경우 경쟁력 있는 제품을 보다 현실성 있는 가격으로 도입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최윤식 연구원은 “유럽 재정위기가 진정국면을 지속하고 미국 경기 회복세가 가속될 경우 ‘원高, 엔低’ 현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엔화 약세가 오래갈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또 “국제 환율시장에서 펀더멘털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과 일본 내 자금이 엔-캐리트레이드를 통해 해외로 흘러나간다면 엔화 약세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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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