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2009년 5월 이후 시행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QE)는 제로금리와 함께 미 국채 수익률을 떨어뜨린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5일(현지시간) 미 재무부 집계에 따르면 양적완화 이후 연준보다 해외 투자자의 국채 매입 규모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의 양적완화 시행 이후 외국인 투자자는 미 국채 보유 물량을 1조 8400억 달러 확대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 보유 규모는 5조 달러을 기록, 최고치를 나타냈다. 또 중앙은행을 제외한 전체 국채 투자 보유 물량 가운데 60.5%의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연준이 사들인 국채 규모는 1조1800억 달러로 집계됐다.
10년물 국채의 실질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졌고, 미국이 최고 신용등급인 'AAA'를 상실했을 뿐 아니라 재정적자가 4년 연속 1조 달러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투자자들의 ‘사자’는 꺾이지 않았다.
투자가들은 이것이 유동성 증가와 안전자산 공급 부족이 빚은 결과라고 풀이했다.
RBS의 윌리엄 오도넬 국채 전략가는 “미 국채를 매입하려는 투자 수요가 도처에 깔려 있다”며 “글로벌 마켓에 유동성이 넘쳐나지만 투자 자산이 제한적인 시장 상황도 미 국채 매입을 늘리는 데 일조했다”고 전했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칼 란츠 채권 전략가는 “투자자들은 안정성과 유동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싶어 한다”며 “달러화 표시 자산을 대체할 만한 대체 자산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유럽 투자자들의 미 국채 ‘사자’가 두드러졌다. 국가 부채위기로 안전자산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 재무부가 발표한 별도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룩셈부르크가 미 국채 보유량을 74% 확대, 1506억 달러를 기록했고 스위스의 보유량이 33% 늘어난 1425억 달러로 집계됐다. 벨기에의 경우 1352억 달러로 보유 규모를 네 배 이상 늘렸다.
미 국채 투자의 리스크를 경고하는 주장도 없지 않다.
헤지펀드 오메가 어드바이저스의 리온 쿠퍼만 대표는 “향후 3년간 미 국채는 가장 리스크가 높은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가치투자의 대가로 꼽히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역시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국채가 위험한 자산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시장 전문가들은 올 연말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2.5%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