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29일(현지시간) 장 초반 미 국채 10년물의 선물 ‘팔자’가 대량으로 쏟아지면서 국채시장은 물론이고 상품과 외환시장까지 흔들어 놨다.
초반 1.92% 선에서 움직였던 10년물 수익률이 순간적으로 2.00%를 ‘터치’한 가운데 주문의 배경에 관심이 집중됐다.
문제의 거래는 이날 오전 10시5분경 발생했다. 약 2분간 8만 건에 이르는 10년물 국채 선물 매도 거래가 이뤄진 것. 국채 가격은 즉각 곤두박질쳤고, 수익률은 단숨에 1.92%에서 2.01%까지 치솟았다.
국채 시장이 교란을 일으킨 데 따라 금과 은 선물, 일부 통화에도 파장이 미쳤다. 특히 온스당 1790달러에 근접했던 금 선물은 국채 수익률 폭등과 함께 1708달러로 내리꽂혔다. 유로/달러는 1.33달러선으로 하락하며 달러 강세가 두드러졌다.
주문 실수라는 의견부터 시스템 매매의 알고리즘에 의해 촉발된 투기거래, 특정 기관의 대규모 포트폴리오 교체까지 다양한 해석이 나온 가운데 투자자들의 시선은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게 꽂혔다.
비정상적인 국채 선물 매도 주문이 나온 것은 버냉키 의장이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 고용과 경기 전반에 대해 발언한 것과 때를 같이 했다.
한 채권 선물 트레이더는 “주문 실수로 인한 거래일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버냉키 의장의 경기 발언을 매파적인 내용으로 해석, 3차 양적완화(QE)를 시장의 기대만큼 단시일 안에 시행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데 따른 매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날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예전만큼 강한 QE3 시행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데 입을 모았다. 파이어포인트 증권의 안드레스 드 라사 매니징 디렉터는 “시장은 버냉키 의장이 QE3 시행에 대한 힌트를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예상이 빗나갔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연준이 3차 QE를 통해 모기지 증권을 매입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미 시장에 기대가 일정 부분 반영된 만큼 유동성 공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 차례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시장 전문가는 전했다.
한편 이날 버냉키 의장은 “휘발유 가격이 상승하면서 일시적으로 인플레이션 상승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지만 시장은 인플레 리스크를 언급한 데 무게를 두는 모습이었다.
고용과 관련, 버냉키 의장은 “실업률이 최근 1년가량 예상했던 것보다 가파르게 하락했다”며 “하지만 정상적인 수준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올해 미국 경제가 지난해 하반기보다 강한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