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노영민 의원 지적에 "외국인 투자 조건이 다르다"
[뉴스핌=노종빈 기자] 한미FTA(자유무역협정)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불리는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를 체결하고 있는 나라는 민주주의가 고도로 발전한 나라 가운데서는 하나도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4일 열린 국회운영위원회 고흥길 특임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민주통합당 노영민 의원은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 가운데 ISD를 체결하지 않고 있는 나라는 호주와 이스라엘 뿐"이라고 지적하고 "민주주의 수준이 어느 정도 발전된 나라 중에서 딱 두 나라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들 가운데 ISD 제도를 두고 있는 곳은 대부분 개발도상국이나 민주주의가 발전하지 못한 나라들이라는 지적이다.
노 의원은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 중에서 ISD를 도입한 나라는 전부 쿠데타가 상습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사법적 안정성을 부여할 수 없는 나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쿠데타가 빈발하는 나라 이외에는 미국과 FTA를 체결하면서 ISD를 도입한 나라가 없다"며 이들 국가는 "왕정국가처럼 사법부 독립성이 인정될 수 없는 나라거나 미군기지가 있어 사실상 민주국가라고 할 수도 없는 나라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FTA를 체결하면서 ISD 조항을 도입한 나라들은 민주주의 국가라고 하기에는 좀 부족하다"며 "쿠데타 상습국가 아니면 중동의 조그마한 왕정 국가들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민주주의가 발달한 국가이면서 사법부의 독립성이 어느 정도 인정된다는 나라 중에서, 미국과 FTA를 체결하면서 ISD를 도입한 유일한 국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흥길 특임장관후보자는 "그 점에 대해서는 말씀하신 부분도 일리가 있다"며 하지만 "반대 측의 얘기는 또 얘기가 다르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독일 등 유럽 주요국들에게 ISD 조항은 국가의 위신과 관계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ISD를 인정하는 것은 사법부의 독립성이나 사법제도의 신뢰성을 국제적으로 부인당하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한국은 이미 EU 회원국 대부분과 한-EU FTA 체결 이전에 쌍방 투자와 관련, ISD 조항을 포함한 투자보장협정(BIT)을 맺은 바 있다. 이 때 독일과 프랑스를 제외한 20개 EU 회원국 간 개별 투자협정에는 ISD가 포함됐다.
정부 측은 이와 관련, 호주와 이스라엘은 미국과의 FTA 체결시 ISD 조항을 넣지 않았는데 이는 외국인 투자와 관련된 조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 외국인 투자의 절반 이상이 자원개발에 관련돼 있기 때문에 미국과의 FTA에 ISD 조항을 넣지 않았다는 것이다.
호주에 대한 외국인 투자액 누계는 2조달러에 달하며 이 가운데 60%가 호주 자원개발에 관한 것이다. 따라서 호주가 ISD를 받아들일 경우 자국 광물자원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ISD 조항을 뺀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이스라엘의 경우 투자 부문이 아닌 상품 부문에 국한해 미국과 FTA를 체결해 ISD 조항 자체를 넣을 필요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전 세계 투자보장협정 2676건의 대부분에, 한국이 체결 또는 발효한 FTA 및 투자협정 85건 중 81건에 ISD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ISD의 조건은 협정마다 각각 다르기 때문에 ISD를 반영했다고 해서 한미FTA도 이와 비슷할 것이라는 설명은 논리적이지 않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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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