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국채 및 달러와 경제 펀더멘털의 탈동조 현상이 날로 뚜렷해지고 있다. 통상 경제 기초체력과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형성하는 국채와 통화의 가격이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미국 벤치마크 10년물 국채의 경우 수익률이 정상적인 수준을 45bp 밑돌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로존의 주변국 디폴트 리스크와 경기 침체가 미 국채 가격 하락에 제동을 걸고 있지 이보다 연방준비제도(Fed)의 대량 유동성 공급이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이후 미 국채에 대한 비관론자들이 쓴맛을 보는 가운데 17일(현지시간) 골드만 삭스가 국채 수익률이 비정상적으로 낮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1.90% 선에서 등락하는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경제 펀더멘털을 감안할 적정 수준보다 45bp 낮다는 주장이다.
연준이 장기 제로금리와 함께 추가 양적완화를 저울질 하는 등 강도 높은 통화완화 정책을 시행한 데 따른 결과라고 골드만 삭스는 진단했다. 여기에 유로존 부채위기 역시 국채 수익률 하락에 힘을 보탰다는 분석이다.
골드만 삭스는 앞으로 몇 달 사이 국채 수익률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유로존의 리스크가 일정 부분 희석돼야 본격적인 수익률 상승이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앞서 골드만 삭스는 10년물 매도를 권고했으나 이후 숏 포지션을 중단했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독일 10년물에 대해서도 하락 베팅을 했으나 3.5%의 손실을 본 후 청산했다.
최근 경제지표 개선에도 달러 상승이 제한적인 것 역시 연준이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데 시장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유로/달러는 1.28~1.33달러의 박스권에서 등락하고 있다. 완만한 경기 회복을 나타내는 미국 지표와 침체로 빠져든 유로존 경제를 감안할 때 유로/달러가 1.30 내외에서 거래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것이 투자가들의 주장이다.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만의 마크 챈들러 전략가는 “유로와 위험자산의 상관관계가 80%까지 치솟은 후 최근 60%가량으로 떨어졌다”며 이를 감안할 때 달러의 제한적인 상승이 의외라고 전했다.
옵션 거래를 통한 하락 베팅과 비관적인 전망에도 유로가 강한 지지력을 보이는 것은 연준의 달러 공급이 상승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관측이 투자가들 사이에 깔린 결과로 풀이된다.
RBS의 로버트 신체 글로벌 외환 헤드는 “연준이 제로금리를 장기화한다고 밝히면서 달러의 레벨을 한 단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낮은 가운데 긴축에 대한 우려에서 자유롭다는 것은 투자자 입장에서 위험 자산에 과감하게 베팅할 수 있는 근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