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홍승훈 기자] KDB산업은행의 임원 인사에 예고한 대로 파격은 없었다. 뚜껑을 열고보니 출신지와 대학 등을 고루 분포한 소위 '공무원' 출신다운 인사였다.
일각에선 민영화를 대비했다거나 강 회장 친정체제를 구축했다는 분석도 있지만, 대체로 연공서열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평탄한' 인사라는 게 안팎의 분석이다.
눈에 띄는 점은 상임이사 자리를 하나 늘린 것과 승진인사 규모가 예년대비 2배 가량 늘었다는 정도다. 아울러 이번에 한 석 늘린 상임이사 자리를 위해 산은 측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쪽과의 조율에 상당히 애를 썼다는 후문이다.
왼쪽부터 한대우 상임이사, 김상로, 안양수, 성기영, 김열중 부행장 |
지난 18일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이사회를 열고 상임이사 1명, 부행장 4명을 신규 선임하는 등 산업은행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상임이사에는 한대우 부행장을 올려줬고, 김상로 연금센터장, 안양수 기업구조조정실장, 성기영 인사부장, 김열중 종합기획부장 등 4명이 부행장으로 신규 선임됐다. 김상로 부행장이 맡게될 심사평가본부장(부행장) 자리는 신설됐다.
한대우 상임이사의 경우 서울대 출신으로 1979년 산은에 입행해 글로벌IB 감각과 M&A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 통산 부행장 임기가 '2+1'(2년 뒤 1년 연장) 체제임을 감안하면 3년을 꽉 채운 한 부행장이 상임이사에 선임된 건 전례가 없는 일. 이에 강 회장과 동향인데다 대학 후배인 한 부행장을 두고 일각에서 '친정체제 강화'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감상로 부행장은 연세대 출신으로 1983년 산은에 입행했으며 연금신탁센터장시 산은의 연금신탁 업부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북대 출신으로 1980년 산은에 입행한 안양수 부행장은 지난해 기업구조조정실장에 부임한 후 팬택 워크아웃 종결, 대우차판매의 성공적인 회생절차, 대한조선의 위탁경영 성사 등 굵직한 업무를 원만히 진행했다는 평가다.
성기영 부행장은 고려대 출신으로 지난 1983년 입행해 종기부 시절 치밀한 기획력과 추진력으로 3조원 증자 및 자회사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등 업무성과를 인정받았고, 김열중 부행장은 서울대 출신으로 1981년 입행, 국내외 영업점과 지주 기획관리실장 등을 통해 능력을 인정받은 금융전문가라는 평가다.
이와함께 이들 신임 부행장 선임에 따라 조만간 물러나게 될 송재용 부행장과 김갑중 부행장은 자회사 사장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오는 5월 임기만료되는 김영기 수석부행장 역시 계열 자회사 등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지만 현재 산은 수석부행장 자리가 시중은행장급으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비슷한 급으로의 이동이 만만찮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제 앞으로 산은 내부의 관심은 공석으로 있는 산은지주 사장자리에 윤만호 부사장이 갈 지 , 오는 5월 임기만료가 되는 수석부행장 선임과 인프라자산운용 및 대우조선해양 등에 대한 은행출신 인사이동이다.
현재로선 김영기 수석부행장 자리에는 한대우 상임이사가 일부 거론되기도 하지만 일단은 보직이 없어진 김한철 부행장이 승진할 가능성이 좀더 높다. 대우조선에는 부행장 1년 만에 물러나는 김갑중씨가 예상되며 송 부행장의 경우 자회사인 한국인프라자산운용 사장으로 이동이 점쳐진다. 윤 부사장의 사장 승진 가능성 역시 안팎에선 확정적이란 관측이 나온다.
오는 5월 임기가 만료되는 대우증권 사장 자리 역시 관심이슈인데, 산은 내부에선 기존 관행을 감안할 때 은행 출신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짙다. 산은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로선 능력과 경륜에서 지주와 은행내에서 갈 만한 이들이 있긴 하지만 기존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이상 은행출신이 증권사 CEO로 가기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귀띔했다.
이번 인사에 대해 산은 한 관계자는 "연공서열에 준하는 평범한 인사였다는 분위기"라며 "큰 과오가 없다면 입행 등 선후배 관계와 출신지, 대학 등을 고루 감안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신임 임원 중에는 한대우 상임이사와 김열중 부행장이 각각 경기고와 경복고, 서울대 출신이고, 안양수 부행장은 전북 남성고와 전북대, 성기영 부행장은 경북고와 고려대로 서울과 경상도 전라도가 고루 섞여 있다.
앞서 지난 5일 강만수 회장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산은 인사방향에 대해 "산은은 현재 비상상황도 아니어서 다른 곳처럼 파격인사까진 필요가 없다고 본다. 파격인사는 과거 특정시기의 전유물이다. 인사는 정실로 하는게 맞다"고 언급, 이번 인사방향을 예고한 바 있다.
한편 이번 인사와 관련, 금융권 한 소식통은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다음 정권에서 청문회 등 시험대에 올라갈 가능성이 농후한 강만수 회장으로선 튀는 인사 보다는 평탄한 인사로 사방에 적을 만들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며 "또한 특정 은행과는 달리 관료 출신인 만큼 보수적인 인사가 예상되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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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