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로, 캐리 트레이드 통화 조건 갖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의 금융위기 이후 캐리 트레이드의 중심이 일본의 엔에서 미국 달러로 이동했다.
유로존 부채위기를 계기로 유로의 캐리 트레이드 가능성에 커다란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투자자들은 엔이나 달러만큼 간단치 않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저금리 국가의 통화를 대출 받아 고수익 자산에 투자, 차익을 남기는 것이 캐리 트레이드의 골자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장기간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대대적인 양적완화(QE)를 실시, 캐리 트레이더 사이에 달러의 인기가 급상승했다.
금융위기 전인 지난 2002~2007년 캐리 트레이드의 대표적인 통화는 일본의 엔이었다.
지극히 낮은 조달 비용에 엔을 확보, 호주달러를 포함해 고수익이 기대되는 상품 통화를 매입하는 전략이 커다란 인기를 끌었다.
최근 들어 유로가 관심을 모으는 것은 엔이나 달러와 흡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1%로 유지하는 가운데 경기 침체 리스크가 높은 만큼 추가 인하 가능성이 점쳐진다.
여기에 부채위기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결국 QE를 실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근 실시한 장기 대출 집행과 유럽 주변국 국채 매입도 미국과 형태가 다르지만 실질적으로 QE나 마찬가지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ECB가 미국과 같이 통화를 찍어내는 QE를 실시할 경우 이는 유로 가치를 끌어내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확실시된다.
이와 함께 투자가들 사이에 향후 유로 하락을 점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정황을 종합할 때 유로 역시 캐리 트레이드 통화의 조건을 충분히 갖춘 셈이다.
하지만 실제 유로 캐리 트레이드가 크게 늘어날 것인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시장 애널리스트는 말했다.
RBC 캐피탈 마켓의 엘사 리그노스 외환 전략가는 “유로가 캐리 트레이드 통화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증폭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아직 금리가 충분히 낮지 않고, 거래량 역시 부족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금리 차이 및 변동성이 캐리 트레이드의 관건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유로는 엔이나 달러에 비해 부적격하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유로는 캐리 트레이드 선호도 4위에 랭크된 반면 ECB와 같이 기준금리를 1%에서 유지하는 캐나다 달러가 1위를 유지하고 있다.
BNP 파리바의 매리 니콜라 애널리스트는 “캐나다 달러는 저금리를 바탕으로 고위험 통화처럼 등락한다”며 “이에 반해 유로는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지나치게 낮다”고 지적했다.
유로존의 부채위기와 ECB의 장기 대출 등 유로에 하락 베팅할 요인이 적지 않지만 베팅의 상대 통화와 자산을 선택하는 문제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특파원 (higrace@newspim.com)